사랑하는 사람에게서 받은 상처는 더 아프고 더 오래간다. 의사와 작가로서 성공적인 삶을 살았던 올리버 색스의 경우에는 그 상처가 평생을 갔다.
그가 열여덟 살이었을 때였다. 아버지가 그를 앉혀놓고 여자한테 관심이 없느냐, 혹시 남자를 좋아하는 게 아니냐고 물었다. 아들이 여자 친구를 사귀는 것을 본 적이 없어서 그냥 물어본 것이다. “맞아요. 하지만 느낌일 뿐이에요. 저는 아무 짓도 안 했어요. 제발 엄마한테는 말하지 마세요.” 충격적인 답변이었다.
아버지는 아들의 말을 무시했다. 이튿날 아침 어머니가 무서운 얼굴로 말했다. “역겹다. 너는 태어나지 말았어야 해.” 그녀는 며칠 동안 그에게 말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일에 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영국의 1950년대는 동성애가 범죄였던 시대였다. 게다가 그녀는 정통파 유대교 교육을 받은 유대인이었다. 어머니의 말은 “종교가 얼마나 편협하고 잔인할 수 있는지를 깨닫게 해주었고” 동시에 그의 마음에 죄의식을 심었다. 그 말이 평생 그를 따라다녔다. 82세에 세상을 떠난 그가 75세까지 “일과 결혼해서” 독신으로 살았던 이유다.
해부학자이자 산부인과 의사이며 영국 최초의 여자 외과의사 중 하나였던 어머니는 다른 면에서는 따뜻하고 자상한 사람이었다. 막내아들이었던 그는 어머니를 누구보다 사랑했다.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다는 말을 들었어도 그 사랑은 변하지 않았다.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을 때는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그는 어머니가 아들에게 그런 말을 했다는 것을 속으로는 후회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가 자서전 ‘온 더 무브’(움직이다)에서 처음 밝히고, 사후에 출간된 에세이 ‘고맙습니다’에서 다시 한 얘기다. 얼마나 큰 트라우마였으면 암에 걸려 죽어가면서 쓴 마지막 글에서 그 얘기를 반복했을까. 그러나 마지막에 그를 찾아온 감정은 고마움이었다. 세상도 고맙고 환자들도 고맙고 친구들도 고맙고 독자들도 고맙고 어쩌면 어머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