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정 선생님을 제일 먼저 뵙고 싶어요. 내공 깊은 연기도 배우고 싶습니다.”
올 3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코다’로 남우조연상을 받은 농아인 배우 트로이 코처가 제19회 세계농아인대회 홍보대사 위촉식 참석차 6일 한국을 찾았다. 이날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연 그는 “한국에서 누굴 만나고 싶으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윤여정을 여러 번 언급하며 “꼭 만나고 싶다”고 답했다.
윤여정은 당시 남우조연상 시상자로 나와 수어로 “축하합니다. 사랑합니다”라고 표현한 뒤 코처를 호명해 화제가 됐다. 코처는 “윤 선생님이 트로피를 들어줘서 내가 수어로 편안하게 소감을 발표할 수 있었다. 정말 감사드린다”고 인사를 전했다.
농아인 배우가 아카데미에서 상을 받은 건 그가 두 번째다. 그는 “상을 받기 전 무명배우였지만 수상 이후 영화 출연 제의가 많아져 바쁘게 살고 있다”며 “나에게 아카데미상은 힘들게 공부해서 박사학위를 딴 것과 같다”고 했다. 이어 “할리우드는 이제 농아인 역할을 비장애인이 맡는 일이 많이 줄었다”며 “한국도 그런 날이 오길 바란다”고 했다.
그는 세계농아인대회 홍보대사를 맡아 대회 홍보에 나서는 한편 한국에서 농아들을 위한 교육자 역할도 하고 싶다고 밝혔다. 수어 보전의 중요성을 설파하는 등 대회 개최를 계기로 하고 싶은 일이 많다는 것. 자신을 초청한 한국농아인협회의 역사를 다룬 영화를 만들어 배우로 출연하고 싶다는 뜻도 밝혔다.
“제 장애는 신이 주신 선물이라고 생각해요. 그 선물 덕분에 배우 생활도 성공했고요. 저처럼 배우를 꿈꾸는 장애인들에게 자신 안의 열정과 꿈을 포기하지 말라고 꼭 말해주고 싶네요.”
손효주 hjs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