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3연속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에 원-달러 환율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400원 선을 내줬다. 무엇보다 연준이 올해 남은 두 차례(11, 12월) 회의에서 금리를 1.25%포인트 더 올릴 것을 시사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 충격을 줬다.
2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5.5원 오른(원화 가치는 내린) 1409.7원으로 마감했다. 환율이 종가 기준으로 1400원을 넘어선 건 2009년 3월 20일(1412.5원) 이후 13년 6개월 만에 처음이다. 이날 환율은 장 중 1413.4원까지 치솟았다.
최근 정부와 외환당국은 공식 구두개입에 이어 직접 시장에 달러를 매도하는 실개입에도 나섰지만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졌던 1400원 선이 무너졌다. 최근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금융시스템의 불안 상황을 보여주는 금융불안지수(FSI)도 지난달 17.6으로 ‘위기’ 단계(22 이상)에 근접하고 있다.
미 연준이 21일(현지 시간) 3번째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하면서 미국 기준금리는 기존 연2.25∼2.50%에서 연 3.0∼3.25%로 뛰었다. 상단 기준으로 보면 한국(연 2.50%)보다 0.75%포인트 더 높다. 여기에 미국이 4번째 자이언트스텝을 밟을 가능성을 밝히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렸다.
연준 위원들의 향후 금리 전망을 보여주는 점도표를 보면 미국의 연말 금리 수준은 연 4.4%, 내년에는 연 4.6%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공급망이 일부 복원됐지만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내려오고 있지 않다”며 “물가상승률이 (연준 목표치인) 2%를 향해 내려가고 있다고 매우 확신하기 전에는 금리 인하를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며 4연속 자이언트스텝 가능성을 시사했다.
자이언트스텝의 악몽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공포가 퍼지면서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와 함께 강달러 압력은 더 커졌다. 이날 세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의 평균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111 선을 넘어 20년 만에 가장 높이 올랐다. 22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달러-엔 환율은 24년 만에 처음으로 장 중 달러당 145엔을 넘었다.
연준의 고강도 긴축으로 한국의 국채 금리도 치솟았다. 이날 국고채 3년물 금리는 2011년 2월 8일(4.06%) 이후 처음 장 중 4%를 넘었다. 코스피와 코스닥지수는 전날보다 각각 0.63%, 0.46% 떨어졌다. 일본 닛케이평균주가(―0.58%)와 대만 자취안지수(―0.97%) 등 아시아 주요 증시도 하락세를 보였다.
박민우 minw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