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마주한 책들 가운데 ‘제목’이 제일 부담스럽다.
모르는 이가 말을 걸어도 불편한데, 되레 얘길 건네 보라니. 지금껏 애한테도 그렇게 안 가르쳤다. 책을 읽고 주억거리고, 백번 옳은 말이라 공감한들 실천하진 못하리란 확신이 온몸을 파고든다.
이만한 거부감은 저자도 대충 예상했을 터. 미국 프리랜서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낯선 이와의 대화는 단순히 살아가는 방편이 아니라 살아남는 전략”이라며 살살 꼬드긴다. 인류는 원래 이방인을 환대하고 소통하고 관계 맺으며 진화해 왔다며. 아, 진짜… 조상까지 거론하니 안 넘어갈 수 없다.
물론 다들 스마트폰에 고개를 파묻은 지하철 풍경이 익숙한 현대사회에서 생판 남에게 말 건다는 건 웬만한 각오론 하기 어렵다. 자칫 치한이나 정신이상자로 오해받을까 겁도 난다. 한데 눈을 마주치고 사소한 공통점을 찾아내 대화를 성사시키면, ‘A Whole New World’(완전히 새로운 세상·영화 ‘알라딘’ 주제곡)가 펼쳐진단다. 실은 다들 누군가 말 걸어주길 내심 바란다고 저자는 믿는다.
출판사에선 싫어하겠으나, 이 책은 바쁘면 1, 2부 건너뛰고 3부만 봐도 ‘앙꼬’는 맛볼 수 있다. 문장은 윤기가 넘치나 앞쪽은 다소 ‘공자 왈 맹자 왈’이라 “그래서 뭐(So What)” 싶다. 하지만 3부에선 낯선 이에게 말을 걸었던 경험담을 야무지게 풀어낸다. 본격적으로 대화의 ‘스킬’을 공유하는데 매우 참조할 만하다. 낄낄거리다가도 무릎을 딱 치게 만드는 재주가 보통 아니다.
미리 예고했듯, 책에 감화돼도 곧장 행동으로 옮기긴 마뜩잖다. 그리 쉬우면 세상이 왜 이 모양일까. 하지만 다 읽고 나면 버스나 길가에서 무심히 지나치던 이들을 문득 돌아보게 된다. 그들도 나처럼, 우린 모두 외로운 섬인 것을. 언젠간 꼭, 낯선 이에게 말을 걸어보리라. 일단 우황청심환부터 한 알 먹고.정양환 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