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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광장 합동분향소-이태원역에 추모객 발길 이어져

서울광장 합동분향소-이태원역에 추모객 발길 이어져

Posted November. 01, 2022 07:55,   

Updated November. 01, 2022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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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자만 살아남아 죄송합니다. 정말로 죄송합니다….”

 31일 오전 11시경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시민들이 이태원 핼러윈 참사를 추모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만든 이 공간에 하얀 국화 수백 송이가 놓여 있었다. 검은색 정장을 입은 서건훈 씨(36)는 그 앞에 무릎을 꿇고 묵념한 뒤 절을 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29일 참사 당시 서 씨는 참사 현장 인근에서 친구들과 핼러윈을 즐겼다. 사람들이 좁은 골목에 한꺼번에 몰려 뒤엉키는 모습을 목격했지만, 친구들과 함께 서둘러 현장을 빠져나왔다고 한다. 그는 “아무것도 하지 못해 죄책감에 시달리다 추모공간이 생겨 찾아왔다”며 “혼자만 빠져나와 정말 죄송하다”고 울음을 삼켰다.

 31일 서울 곳곳에 마련된 추모공간에는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시민들의 발길이 하루 종일 이어졌다. 특히 참사 현장이 한눈에 보이는 이태원역 1번 출구는 추모글이 적힌 메모지와 국화, 시민들이 따라 놓은 술잔 등으로 가득했다.

 서울시도 이날 오전 10시부터 중구 서울광장에 합동분향소를 마련하고 국가애도기간인 11월 5일까지 운영하기로 했고, 용산구도 녹사평역 인근에 합동분향소를 마련했다.

 서울광장 분향소에는 이날 오전부터 인근 유치원생 10여 명이 찾아와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인솔 교사 하혜림 씨(27)는 “아이들이 ‘사람들이 아프지 않게 기도해주고 싶다’고 해서 함께 분향소를 찾았다”고 말했다. 튀니지 국적의 지헤드 제마이 씨(33)도 “사고가 발생하기 전 저도 이태원을 다녀왔다”며 “안타까움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아픔을 겪고 있을 유가족들에게 위로를 전하고 싶다”고 했다.

 조문을 오지 못하는 시민들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PRAY FOR ITAEWON’(이태원을 위해 기도합니다) 문구가 적힌 흑백 이미지 등을 업로드하며 온라인에서 추모했다.


이승우기자 suwoong2@donga.com · 박종민기자 bli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