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68)와 함께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를 공동 창업한 폴 앨런(1953∼2018)이 남긴 예술품 컬렉션이 9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15억 달러(약 1조4000억 원·수수료 포함)에 낙찰됐다. 경매 역사상 개인 소장품 거래 최고 기록이라고 블룸버그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전 기록은 올 5월 미 부동산 재벌 해리 매클로 부부의 컬렉션(9억2200만 달러)이었다.
경매에 나온 앨런의 소장품 60점 중 가장 높은 가격에 팔린 작품은 프랑스 점묘파 화가 조르주 쇠라의 ‘포즈 취하는 여자들’로 1억4940만 달러에 팔렸다. 점묘파 회화는 인상파의 탄생으로 이어져 미술사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대부분의 쇠라 작품이 세계 유명 미술관에 있고 개인 소장 작품은 희소한 것 또한 높은 낙찰가로 이어졌다.
이 밖에 폴 세잔의 ‘생트빅투아르산’(1억3800만 달러), 반 고흐의 ‘사이프러스 나무 옆 과수원’(1억1700만 달러), 구스타프 클림트의 ‘자작나무 숲’(1억500만 달러) 등 1억 달러를 넘는 고가 작품이 모두 이번 경매에 등장해 큰 관심을 모았다.
뉴욕타임스(NYT)는 래리 가고시안 등 유명 미술 거래상은 물론이고 크리스티 경매의 소유주인 프랑수아 피노 또한 이날 경매를 지켜봤다고 전했다. 피노는 구치, 이브생로랑, 발렌시아가 등 명품 브랜드를 보유한 케링그룹의 창업자다.
세계적 경제 침체 위기에도 이날 경매가 성공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은 초고가 미술품 시장이 불황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NYT는 분석했다. 이날 수익은 앨런의 유언에 따라 자선 사업에 쓰일 예정이다.
앨런은 미 서부 워싱턴주의 명문 사립학교 ‘레이크사이드스쿨’에서 게이츠를 만났다. 23세였던 1975년 MS를 공동 창립했다. 사업은 승승장구했지만 1982년 혈액암의 일종인 호지킨병에 걸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이후 스포츠 구단을 운영하거나 뇌 과학, 인공지능 연구 등에 투자하고 음악 박물관을 짓는 등 다양한 활동을 했다. 2018년 사망 당시 203억 달러(약 27조 원)의 재산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민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