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월드컵은 ‘메시의 월드컵’이 되기 직전이다.”
영국 BBC는 14일 카타르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카타르 월드컵 아르헨티나와 크로아티아와의 준결승전이 끝난 뒤 이렇게 전했다.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35·아르헨티나)는 앞으로 단 한 경기만 이기면 자신의 첫 월드컵 트로피를 들어올린다.
아르헨티나는 이날 크로아티아를 3-0으로 꺾고 2014년 브라질 대회 이후 8년 만에 결승 무대에 나선다. 결승전은 19일 오전 0시에 열린다. 월드컵 통산 2회 우승을 달성한 아르헨티나는 1986년 멕시코 대회 이후 36년 간 우승 트로피를 품지 못했다. 월드컵에 5번 출전한 메시는 아직 월드컵 우승을 경험하지 못했다. 이번 대회가 자신의 마지막 월드컵임을 선언한 메시에게 이번 대회는 우승을 차지할 마지막 기회다.
이날 선발로 나선 메시는 전반 34분 페널티킥으로 선제골을 넣었다. 메시는 키커로 나서 골문 오른쪽 상단을 향해 공을 찼다. 크로아티아 골키퍼가 방향을 읽고 몸을 날렸지만 워낙 강하게 찬 슈팅이어서 막을 수가 없었다. 이번 대회 메시의 5번째 골로 킬리안 음바페(24·프랑스)와 함께 득점 공동 선두가 됐다. 메시의 월드컵 통산 11번째 득점으로 가브리엘 바티스투타(53·10골)를 제치고 아르헨티나의 월드컵 최다 득점 선수로 올라섰다. 1골만 더 넣으면 월드컵 통산 득점 5위인 ‘축구 황제’ 펠레(82·브라질)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 통산 득점 1위는 16골을 기록한 독일의 미로슬라프 클로제(44)다.
뛰어난 발재간으로 크로아티아의 수비를 여러번 허물었던 메시는 2-0으로 앞선 후반 24분 이번 대회에서 가장 놀라운 장면 중 하나를 만들었다. 중앙선 부근에서 공을 잡은 메시는 크로아티아 수비수 요슈코 그바리디올(20)의 견제속에서 골문 앞으로 쇄도했다. 그바리디올은 이번 대회에서 뛰어난 수비를 선보이며 유럽 빅클럽의 관심을 받고 있는 선수다. 메시는 그바리디올을 한 수 가르쳐주겠다는 듯 엔드라인 부근에서 절묘하게 제치고 골문 앞쪽에 있던 훌리오 알바레스(22)에게 패스해 쐐기골을 도왔다. 4년 전 2018년 러시아 대회 4강전에서 0-3 패배를 안긴 크로아티아에 그대로 되갚아준 순간이었다.
대회 3호 도움을 기록한 메시는 앙투안 그리에즈만(31·프랑스)과 도움 공동 1위에 올랐다. 도움 1개를 더 추가하면 아르헨티나 축구 영웅 디에고 마라도나(1960∼2020)가 보유한 월드컵 최다인 8도움과 동률이 된다. 이날 경기가 월드컵 25번째 출전이었던 메시는 결승전에 나서면 독일의 로테어 마테우스(61)를 제치고 월드컵 최다경기 출장 기록도 새로 쓴다. 이번 대회에서 4번째로 최우수선수인 ‘플레이어 오브 더 매치’에 선정된 메시는 “사우디아라비아에 질 거라 생각하지 않았기에 월드컵 첫 경기는 우리에게 타격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얼마나 강한지 증명했다. 사우디전 이후 매 경기를 결승전처럼 생각하고 어려웠지만 모두 이겼다. 다음 한 번도 이기길 바란다”고 했다.
즐라트코 달리치 크로아티아 감독(56)은 경기 뒤 “메시는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선수다. 오늘 경기에서 메시는 우리가 기대했던 메시였다”고 말했다. 영국 BBC(8.46), 후스코어드닷컴(8.6점) 등도 메시에게 양 팀 통틀어 가장 높은 평점을 부여했다.
김배중 want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