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北 ‘고체연료 ICBM’ 도발… 韓美 핵억제 비상한 결의 보여줘야

北 ‘고체연료 ICBM’ 도발… 韓美 핵억제 비상한 결의 보여줘야

Posted April. 14, 2023 07:48,   

Updated April. 14, 2023 07:48

ENGLISH

북한이 어제 오전 평양 인근에서 중장거리급 탄도미사일을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이동식발사차량(TEL)에서 고각으로 발사된 이 미사일은 최대 고도 2000km로 솟아 1000km를 날았다. 정상 발사했다면 3000∼4000km를 날아가 미국 괌 기지를 타격할 수 있다. 군 관계자는 “새로운 체계의 중거리미사일 또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쏜 것으로 판단된다”며 북한이 2월 열병식에서 공개된 신형 고체연료 ICBM을 시험 발사했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태양절을 이틀 앞둔 이번 발사가 고체연료 ICBM 시험으로 확인된다면 북한이 핵무장 체제의 완성을 위한 사실상 최종 관문에 들어섰음을 보여준다. 북한은 이미 각종 단거리미사일에 고체연료를 사용하고 있지만 2·3단 로켓이 필요한 장거리미사일에는 액체연료를 사용해 왔다. 액체연료 ICBM은 이동과 연료주입에 시간이 필요해 발사 징후가 사전에 포착되지만, 고체연료 ICBM은 배터리처럼 연료를 상시 장착해 즉각 발사하기 때문에 사전 포착이 쉽지 않아 한층 위협적이다. 한미의 대북 ‘킬체인(선제타격)’은 사실상 제 역할을 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북한이 최근 ‘화산-31형’ 전술 핵탄두 공개와 핵어뢰 수중 폭발시험에 이어 이번에 고체연료 ICBM 도발을 벌인 것도 미국을 향한 기습 핵타격 능력의 급진전을 과시하기 위한 무력시위일 것이다. 다만 이번 발사는 전체 3단의 고체추진 ICBM을 시험하기 전 2단 추진체 시험을 했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앞으로 추가 시험발사를 통해 다탄두 능력까지 갖춘 미국 본토 전역 타격 능력을 입증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미사일 능력의 고도화는 한미 공동의 비상한 대응을 부른다. 단거리부터 장거리까지 고체연료 기반 핵미사일로 무장해 김정은의 명령 한 마디에 언제든 어디서든 쏠 수 있는 체제라면 더는 첨단 감시·정찰능력을 자랑하며 느긋하게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나아가 고체연료 ICBM에는 미국도 멀리 바다 건너 한반도의 일이 아니라 당장 발등에 떨어질 불이다. 그만큼 경각심과 절박감을 갖고 단호한 대응책을 강구할 수밖에 없다.

한미는 이달 말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방문을 계기로 대북 핵확장억제의 실행력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전략폭격기와 항공모함 같은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를 통한 무력시위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한미가 공동으로 핵무기 운용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견고한 상시 핵억제체제를 갖춰야 한다. 그래야 무모한 핵도발은 김정은 정권의 종말을 부를 것이라는 엄중한 경고도 먹힐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