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현장에서 거동이 불편한 80대 할머니를 업고 13층에서 1층까지 대피시킨 경찰관 사연이 뒤늦게 알려졌다.
7일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북부경찰서 김동희 경사(37)는 지난달 15일 오전 4시 39분경 북구의 15층짜리 주상복합건물 꼭대기 층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엘리베이터 작동이 멈춘 상태에서 김 경사는 일일이 문을 두드리며 주민들을 깨워 대피시켰다.
그런데 13층 복도에서 대피하던 주민으로부터 “옆집에 할머니가 혼자 사는데 몸이 불편해 아직 못 나오셨을 것”이란 말을 들었다. 김 경사는 즉시 그 집으로 가 벨을 누르고 문을 두드렸다. 그러자 보행 보조기에 의존한 A 씨(87)가 다리를 절며 현관문을 열었다.
김 경사는 문이 열리자마자 A 씨에게 등을 내밀었다. 그리고 A 씨가 업히자마자 연기가 자욱한 비상계단을 하나씩 내려왔다. 긴장했던 김 경사는 1층에 도착한 후에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김 경사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불이 언제 확산될지 모르는 상황이라 어떻게든 빨리 업고 내려와야겠다는 마음뿐이었다”고 당시를 돌이켰다.
혼자 거주하던 A 씨는 지난해 고관절 수술을 받아 거동이 불편한 상태였다. A 씨는 자신을 돌보던 요양보호사에게 부탁해 이달 3일 북부경찰서 온라인 게시판에 김 경사에게 감사 인사를 남겼다. 김 경사는 “경찰로서 당연히 할 일을 했을 뿐인데 칭찬을 받는 게 쑥스럽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국민들에게 힘이 될 수 있도록 더 열심히 일하겠다”고 말했다.
부산=강성명기자 sm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