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임윤찬(19)이 마지막 음을 울리는 건반에서 손을 떼자마자 관객 2200여 명이 동시에 일어나 열광적인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제임스 개피건은 임윤찬과 힘차게 포옹하며 서로의 감동을 나눴다. 일부 관객은 감정이 복받치는 듯 눈물을 훔쳤다.
12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링컨센터 데이비드 게펀홀에서 막을 내린 임윤찬의 첫 뉴욕 데뷔 무대는 의심할 여지 없이 성공적이었다. 지난해 6월 밴 클라이번 국제 콩쿠르에서 최연소 우승으로 이름을 알린 임윤찬은 이날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의 첫 협연에서 우승곡인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을 연주했다. 그에 대한 세계적 관심을 증명하듯 10∼12일 3회 공연은 일찍부터 전석 매진됐고, 공연 당일 서서 보는 ‘스탠딩 티켓’이라도 얻고자 아침부터 줄이 늘어설 정도였다.
특히 마지막 공연인 이날 임윤찬은 관객들의 끊임없는 기립 박수에 앙코르 곡을 3곡이나 선보였다. 그런데도 관객들이 떠나지 못하자 난감해하는 모습이 포착될 정도였다. 지휘자 개피건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황금 같은 테크닉, 깊은 영혼의 음악성에 너무 좋은 성격까지 갖췄다”고 극찬하며 “이런 뜻깊은 순간에 함께여서 영광이었다”고 밝혔다. 한 70대 청중은 “3일 내내 보러 왔다”며 “이런 천재적인 연주를 들을 기회 자체가 드물다”며 감격했다.
특히 콩쿠르에서는 라흐마니노프가 초연 때 쳤던 ‘오리지널’ 카덴차(협주곡 중 연주자 솔로 부분)를 연주했다면 이번 뉴욕 필하모닉 협연에서는 좀 더 웅장한 다른 버전의 ‘오시아’ 카덴차를 연주해 관객들을 놀라게 했다. 공연 전 임윤찬의 인터뷰를 ‘아트 섹션’ 1면에 실었던 뉴욕타임스(NYT)는 공연 후에도 ‘10대 피아노 스타 임윤찬, 뉴욕에 오다’라는 제목의 톱기사에서 “이 곡이 이렇게 재미있는 곡이었나. 임의 연주는 말 그대로 꿈 같은 연주였다”고 극찬했다. NYT에 따르면 이번 협연은 데버라 보다 뉴욕필 최고경영자(CEO)가 임윤찬의 콩쿠르 공연 영상을 보고 직접 추진했다.
스승인 손민수 교수를 따라 보스턴에 있는 뉴잉글랜드 음악원으로 편입하는 임윤찬은 내년 2월 뉴욕 카네기홀에서 쇼팽으로 채운 데뷔 무대에 설 예정이다.
김현수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