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사진)이 8일 “올해 1∼5월 사이 서울에서 탈북한 무역대표부 직원 2명을 만났다”며 “현지에서 실종 처리됐고 한국에 와 이름을 바꾸고 살고 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체류하던 북한 무역대표부 직원의 가족들이 최근 행적을 감춘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당국이 공개하지 않은 추가적인 해외 탈북이 있었다는 의미다.
태 의원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올해 들어서만 최근에 (한국에) 온 두 친구를 만났다”며 “북한에 있었을 때 잘나가던 친구들이고, 무역 계통으로 해외에 나가서 북한대사관 참사부 등에서 일하던 친구들”이라고 말했다. 당국은 북한 외교관 출신의 탈북 및 입국은 2017년 조성길 전 이탈리아 주재 북한 대사대리와 2019년 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대리의 탈북 사실만 공개했지만 태 의원은 해외 대사관에서 근무하던 인원 중 2명 이상이 탈북했다고 설명했다. 이 두 사람에 대해 태 의원은 “전문 외교관은 아니고 해외에서 무역일을 하는 무역대표부 직원으로 대략 1년에서 2년 전 (한국에) 왔다”고 했다.
해외 탈북이 늘어나는 이유로 태 의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과 가족 간 이별을 꼽았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에 “코로나19로 북한에 들어갔다가 다시 해외 근무지로 나가지 못한 인원들이 상당해 북한판 ‘이별 가족’이 생겼다는 말까지 나돌았다”며 “베이징 주재 북한대사관에는 유럽이나 동남아에서 임기가 끝나 평양으로 돌아가던 중 국경이 막혀 남게 된 대사들과 외교관들이 저축했던 돈을 다 날리고 빈털터리가 됐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처럼 해외에 파견된 뒤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북한으로 돌아가지 못하던 외화벌이 노동자들이 연쇄 탈북할 가능성은 해외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한 당국자는 “해외 생활이 길어진 외화벌이 노동자나 외교관들은 국경이 개방되면 북한으로 송환될 1순위”라며 “하지만 이들 중 자녀 교육, 처벌의 두려움 등 다양한 이유로 북한으로 돌아가지 않으려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고 했다. 여기에 북한 주요 곡창지대의 곡물 수확량이 예년의 3분의 2 수준에도 못 미친다는 분석이 나오는 등 식량난이 심각해지고 있는 것도 잇따른 탈북 배경 중 하나로 꼽힌다.
한편 블라디보스토크에 체류하다가 최근 행적을 감춘 북한 무역대표부 직원의 부인과 아들은 북한 총영사관에 갇혀 있다가 가까스로 탈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대북 소식통은 “북한 무역대표부 직원이었던 박모 씨는 블라디보스토크의 북한 식당인 ‘고려관’ 운영을 총괄해 왔다”면서 “박 씨가 본국으로 소환된 이후 부인 김금순 씨가 그 역할을 대신해 왔다”고 전했다. 다른 대북 소식통은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에 “김 씨 모자는 수개월 동안 블라디보스토크의 북한 총영사관에 연금된 상태로 있다가 일주일에 하루 외출할 수 있는 시간을 이용해 사라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구용기자 9dragon@donga.com · 고도예기자 y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