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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억측만 쌓여가는 국정원 1급 인사 번복 사태

갈수록 억측만 쌓여가는 국정원 1급 인사 번복 사태

Posted June. 17, 2023 08:02,   

Updated June. 17, 2023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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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이달 초 재가 5일 만에 뒤집은 국가정보원 1급 인사는 미국과 일본대사관의 정무2공사 자리에 김규현 국정원장의 측근 A 씨(2급)가 함께 근무했던 국내 정치과 출신 간부를 임명하고 대북 업무 국장급(1급)에도 A 씨의 입직 동기인 3급 간부가 올랐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A 씨가 인사에 지나치게 개입한 의혹을 확인하고 직접 인사를 철회했다고 한다.

A 씨가 단순히 자신과 연이 있는 사람들을 추천한 정도를 넘어 그 사람들 자체가 논란의 소지가 있는 인물들이라 문제가 된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했을 때 능라도 경기장 연설의 국정원 버전을 써준 사람과 박근혜 정부에서 당시 국정원장을 건너뛰고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에게 직보했다는 의혹을 받은 사람이 포함됐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취임 직후 문 정부에서 임명된 1급 간부를 전원 대기 발령한 뒤 1급만이 아니라 2, 3급까지 교체했다. 그런데도 ‘대통령 재가 뒤 번복’이라는 사태가 빚어지는 건 정상적이지 않다. 전 정권에서 중용된 간부들을 다 솎아내고도 외부에서 온 외교관 출신의 국정원장이 통제하기 힘들 정도로 내부 관계가 복잡하거나 전 정권에서 중용된 간부들이 철저히 물갈이되지 않았다고 보는 강경파가 국정원을 흔들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국정원에는 대통령이 내부 사정을 파악하기 위해 꽂아 놓은 측근 검사 출신이 있다. 정권 초 조상준 전 차장검사가 기획관리실장으로 임명됐다가 석연치 않은 이유로 국정원장을 건너뛰고 직접 대통령에게 사직서를 냈고 이후 다시 김남우 전 차장검사가 그 자리에 임명됐다. 검사 출신 실장이 연속 임명되면서 그들 스스로 국정원 내부 정보를 제공받는 특정 인맥을 갖게 됐고 이것이 국정원 인사의 혼란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라는 분석도 있다.

대통령실 팻말에도 써 있듯이 국정의 책임은 궁극적으로 대통령이 진다. 마찬가지로 각 부서의 책임은 부서의 장(長)이 진다. 대통령에게 잘못된 인사안을 올렸다면 그 책임자는 A 씨가 아니라 국정원장이다. 인사를 문제 삼고자 한다면 국정원장을 건너뛰고 번복할 게 아니라 국정원장의 책임부터 묻고 번복해도 번복해야 한다. 이 순서가 뒤바뀌어 있으니 ‘김 원장 내치기’ 등 갈수록 억측만 쌓여가고 국민들은 국정원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어리둥절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