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가계대출자 175만명 ‘소득〈 원리금 상환액’

가계대출자 175만명 ‘소득〈 원리금 상환액’

Posted July. 03, 2023 07:38,   

Updated July. 03, 2023 07:38

ENGLISH

공장에서 일용직으로 일하는 김모 씨(22)는 얼마 전 임신을 하면서 부족한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3200만 원의 대출을 받았다. 신용도가 낮은 그는 주거래 은행 외 다른 은행 문을 두드려 받은 대출만 총 4건. 김 씨는 “월 소득 250만 원 중에 70만 원을 빚 갚는 데 쓰고 있다”며 “잔업과 특근을 몰아 하며 근근이 버티고 있지만 일이 끊기면 생활고에 시달리게 될까 불안하다”고 말했다.

팬데믹 시기 급격히 불어난 빚을 갚느라 최소한의 생계도 이어 나가기 어려운 이들이 300만 명에 육박했다. 이 가운데 175만 명은 소득을 모두 쏟아부어도 원리금 상환액을 갚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가계대출 연체율이 오르면서 금융 불안이 커지는 가운데 허리띠를 졸라맬 수밖에 없는 소비 상황에 하반기(7∼12월) 경기 회복이 더욱 지연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일 한국은행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국내 가계대출자 수는 1977만 명, 대출 잔액은 1845조3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보다 대출자 수와 대출 잔액이 4만 명, 15조5000억 원 줄었지만 감소율은 각각 0.2%, 0.8%에 불과했다.

전체 대출자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40.3%로 나타났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국내 가계대출자들은 평균적으로 연 소득의 약 40%를 빚을 갚는 데 써야 한다는 뜻이다.

특히 가계대출자 175만 명은 원리금 상환액이 소득과 같거나 더 많았다. DSR이 100%가 넘는 이들은 전체 대출자의 8.9%로 2020년 3분기(7.6%) 이후 늘어나는 추세다.

DSR 70% 이상 구간을 포함한 대출자 수는 299만 명까지 늘어난다. 통상 당국과 금융기관 등은 DSR이 70%를 넘어서면 최저 생계비를 제외한 소득의 대부분을 원리금 상환에 투입해야 하는 것으로 간주한다. 약 300만 명에 달하는 대출자들이 빚을 갚느라 생계에 곤란을 느끼고 있는 셈이다. 이들이 받은 대출이 전체 대출 잔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41.4%에 달한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의 가계부채 규모는 이미 한계에 달한 상황”이라며 “대출의 질도 빠르게 악화하고 있어 금융 부실을 막고 취약계층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정교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수연기자 syeon@donga.com · 송혜미기자 1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