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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르셋에 갇힌 황후

Posted July. 13, 2023 07:53,   

Updated July. 13, 2023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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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흰색 드레스를 입은 여인이 상체를 틀어 화면 밖 관객을 바라보고 서 있다. 정성스럽게 땋은 긴 머리와 새틴 드레스는 화려한 은박 별들로 장식돼 있다. 프란츠 크사버 빈터할터가 그린 이 유명한 초상화 속 주인공은 ‘오스트리아의 황후 엘리자베트’(부분, 1865년·사진)다. ‘시시’라는 애칭으로 더 유명한 그는 유럽 왕실 역사에서 가장 아름다운 왕비로 손꼽힌다.

빈터할터는 독일 시골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뛰어난 재능 덕에 장학금을 받아 뮌헨 예술아카데미에서 수학했다. 프랑스 왕실의 궁정화가가 된 후 유럽 전역의 왕족과 귀족들의 초상화를 주문 받으며 국제적 명성을 얻었다. 이 그림은 그의 경력이 최고조에 달했던 60세 때 그린 것으로, 오스트리아 황제 프란츠 요제프 1세가 의뢰한 것이다. 28세의 아름다운 황후는 그 시대 패션의 진수를 보여주는 화려한 의상을 입고 화가 앞에 섰다. 머리와 옷을 장식한 별들은 오스트리아의 국화인 에델바이스를 상징한다. 독일에서 자유분방하게 자란 시시는 고작 열여섯 나이에 오스트리아로 시집 와 황후가 됐다. 언니의 맞선 자리에 따라갔다가 황제가 어린 동생의 미모에 반해 청혼하면서 이루어진 혼사였다. 시시는 엄격한 궁중 생활이 버거웠고, 연이은 출산과 첫 아이의 죽음, 시어머니와의 갈등 등으로 행복하지 않았다. 미모 때문에 황후가 된 터라 평생 외모에 집착했다. 몇 시간씩 걸리는 긴 머리 손질과 코르셋 졸라매기가 하루의 가장 중요한 일과가 될 정도였다.

평생 19∼20인치의 가는 허리를 유지하기 위해 코르셋을 졸라맸을 황후. 아들의 자살 이후 검은 드레스만 입었던 그는 60세에 스위스에서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했다. 코르셋 때문에 암살자의 칼이 몸을 찌르는 통증도 못 느낀 채 허망하게 죽어갔다. 아름다웠지만 불행했던 시시는 화가의 붓을 통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황후의 이미지로 역사에 남았다. 동시에 코르셋에 영원히 갇힌 여인으로 화폭에 영원히 새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