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6개월 넘게 장기화되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미국 내 피로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9개월여 만에 미국을 다시 찾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4340억 원 규모의 파격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하지만 공화당 강경파는 백악관에 ‘전쟁 지원을 중단하라’는 서한을 보내는 등 냉랭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은 21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열어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 문제를 논의했다. 두 정상이 백악관에서 회담한 것은 지난해 12월 이후 9개월여 만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회담 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돕는 세계 국가들의 의지를 꺾을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틀렸다”면서 “우리는 여전히 우크라이나와 함께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동맹 및 파트너 국가들과 함께 우크라이나 영토 수복을 도울 무기 체계를 계속해서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에 대한 3억2500만 달러(약 4340억 원) 규모의 추가 무기 지원책을 발표했다. 앞서 지원하기로 했던 에이브럼스 전차도 다음 주부터 우크라이나에 인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에너지 기반 시설 방어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호크 지대공 미사일 등도 지원 품목에 포함됐다. 다만 우크라이나가 지원을 간절히 바라는 에이태큼스(ATACMS) 지대지 전술 미사일은 없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리 군인들에게 꼭 필요한 매우 강력한 패키지”라며 바이든 대통령과 미국에 거듭 감사를 표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올 6월 대대적으로 반격을 시작한 뒤 큰 성과를 내지 못해 미국의 군사 지원이 절박한 시점에 미국을 찾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의회에 240억 달러(약 32조 원) 규모의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안에 대한 승인을 요청했지만 전쟁 장기화에 대한 불만으로 공화당 강경파 의원들의 반대가 강한 상황이다. 미국 의회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야당인 공화당 상하원 의원 최소 24명은 백악관에 서한을 보내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추가 지원에 반대하며 지원 자금이 어디에 쓰였는지 소명하라고 요구했다. 공화당 소속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은 21일 워싱턴 의회를 찾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하원 연설을 거부한 바 있다
조은아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