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對중국 반도체 수출 추가 규제 카운트다운

미국이 중국에 수출할 수 있는 반도체 장비와 인공지능(AI)용 칩에 대한 추가 규제 조치를 조만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유럽연합(EU)도 사실상 중국을 겨냥해 핵심기술 수출 규제 방안 검토에 들어가는 등 서방이 대중(對中) 반도체 통제망을 더욱 옭죄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2일(현지 시간) 미 당국자를 인용해 “조 바이든 행정부가 이르면 이달 초 중국에 대한 반도체 장비와 AI 칩 수출을 억제하는 조치를 갱신할 수 있다고 중국 측에 예고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10월 7일 미 상무부가 첨단 반도체 장비의 중국 반입을 제한하고, AI 칩에 대한 수출을 제한하는 조치를 내놓았는데 이를 갱신하는 것이다. 최근 중국 화웨이가 미국의 수출 규제를 뚫고 첨단 반도체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출시하는 등의 움직임을 보이자 견제를 강화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갱신안에는 올해 미 주도의 대중 수출 규제에 동참하기로 한 네덜란드와 일본의 개별 수출 규제 규정도 반영될 예정이다. 반도체 제조 장비 수출을 더 폭넓게 제한하고, AI용 반도체 수출의 허점을 막겠다는 것이다. 엔비디아는 지난해 미 상무부가 최첨단 AI용 반도체의 중국 수출을 금지하자 성능이 떨어지는 중국 수출용 GPU ‘A800’을 만들어 판매해 왔다. 하지만 새 규제가 시행되면 A800도 수출 금지 대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추가 규제 조치가 다음 달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위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미 계획 및 미중 정상회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대해 미국은 수출 규제를 강화하면서도 중국과 고위급 소통을 이어 나가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미국이 갱신 계획을 중국 측에 미리 고지한 것도 중국과의 관계 안정화를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APEC 회의 이후 발표가 이뤄질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또 다음 주 중국을 방문하는 미 여야 상원 원내대표단이 시 주석과 면담을 추진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2일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EU 집행위원회가 연말까지 반도체, AI, 양자기술, 생명공학 등 4대 기술이 ‘EU와 추구하는 가치가 다른 국가들’에 의해 무기화될 위험성을 평가하고 내년에 조치에 나설 방침이라고 전했다. ‘추구하는 가치가 다른 국가’는 인권, 법치, 민주주의 등 서방의 지향 가치와 거리가 있는 권위주의 국가를 말하는 것으로,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해당 조치에는 핵심기술의 수출 규제나 동맹국과의 협력이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이청아 clear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