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전은 무조건 이겨야 한다.”
남자 축구 대표팀을 이끌고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황선홍 감독(사진)은 일본과의 결승전을 앞두고 이렇게 말하면서 “모든 걸 쏟아 붓겠다”고 했다. 대표팀 미드필더 홍현석은 “마지막 경기인 일본전에서 지면 지금까지 해온 게 다 사라진다. 패하면 아무 의미가 없다”고 했다. 공격수 조영욱은 “지금 머릿속엔 승리밖에 없다. 결승전이 토요일인데 치킨집 사장님들이 많이 좋아하실 것 같다”며 “결승전이어서, 또 한일전이기 때문에 다 쏟아 부을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아시안게임 3연패에 도전하는 한국 축구가 대회 정상에 오르는 데 필요한 마지막 1승을 채우기 위해 7일 오후 9시 결승전에 나선다. 파이널 무대 상대는 이번에도 일본이다. 한국과 일본은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결승에서도 맞붙었는데, 당시 연장 승부 끝에 한국이 2-1로 승리를 거두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한국은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역사상 첫 3회 연속 우승에 도전한다. 한국은 그동안 공동 우승 2차례를 포함해 아시안게임 역대 최다인 5차례 정상에 올랐다. 일본은 2010년 광저우 대회 이후 13년 만이자 통산 두 번째 정상 등극을 노린다.
이번 대회에서 두 팀 모두 흠잡을 데 없는 전력을 자랑했다. 한국은 우즈베키스탄과의 4강전까지 6경기를 치르는 동안 모두 25골을 넣고 2골만 내줬다. 골키퍼 3명을 제외한 19명의 선수 중 11명이 골맛을 봤을 정도로 고른 득점력을 보여줬다. 일본은 4강전까지 5경기에서 17골을 넣고 2골을 허용했다. 일본은 한국보다 조별리그를 한 경기 덜 치렀다.
결승에서 한국은 이번 대회 7골로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는 정우영, 나란히 3골씩을 기록 중인 백승호 조영욱 홍현석의 득점포에 기대를 걸고 있다. 정우영은 “골 찬스가 왔을 때 결정지을 수 있도록 많이 준비하고 있다”며 “모든 선수가 결승전만 보고 준비해 왔는데 그게 한일전이 되면서 선수들의 승리 의지도 강하다”고 말했다. ‘슛돌이’ 이강인이 일본과의 결승전에서 이번 대회 첫 공격 포인트를 기록할 수 있을지도 관심거리다.
일본은 24세 이하 선수들이 출전하는 이번 대회에 기준 나이보다 두 살 아래인 22세 이하 선수들로만 팀을 꾸렸다. 항저우 아시안게임보다는 23세 이하 선수들이 참가하는 내년 파리 올림픽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일본은 25세 이상 선수 3명을 뽑을 수 있는 와일드카드도 사용하지 않았다. 한국은 와일드 카드 선수 세 자리를 모두 채웠다.
그래도 일본의 전력은 만만치 않다. 한국은 지난해 11월 열린 23세 이하 아시안컵 8강전에서 만난 일본에 0-3으로 완패를 당했다. 당시 일본 대표팀엔 이번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선수들이 대부분 포함돼 있었다. 한국도 이강인과 조영욱 홍현석 등 이번 아시안게임 주력 멤버들이 0-3으로 패했던 이 경기를 뛰었다. 일본 대표팀에선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3골을 넣은 공격수 우치노 고타로가 경계 대상이다. 우치노는 19세로 일본 대표팀에서 유일한 10대다. 한국 대표팀 주장 백승호는 “일본 선수들이 어려도 조직적으로 짜임새가 좋은 팀이다. 이번에 일본이 최고 전력으로 팀을 꾸리지 않았다는 얘기를 많이 하는데 우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겸손하게 마지막 목표를 향해 달려가겠다”고 했다. 홍현석은 “결승엔 일본이 올라올 줄 알았다. 복수하고 싶다”고 했다.
김배중 ant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