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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위기에 유가-달러 급등, ‘확전 리스크’ 대비 급하다

중동 위기에 유가-달러 급등, ‘확전 리스크’ 대비 급하다

Posted October. 10, 2023 07:59,   

Updated October. 10, 2023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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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에 대한 기습 공격으로 중동 정세가 시계 제로 상황에 빠져들면서 갈 길 바쁜 한국 경제도 새로운 리스크에 직면했다. 국제유가가 하루 새 4% 급등하고 달러와 금 등 안전자산에 투자가 몰리는 등 글로벌 금융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정학적 위기가 커지면서 가뜩이나 고금리, 고환율, 고유가의 3고(高) 현상에 시달리고 있는 한국 경제를 옥죌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졌다.

9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장중 배럴당 88달러를 넘어 전 거래일보다 4.7%가량 올랐다. 최근 경제 둔화 우려 속에 주춤하던 국제 유가가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100달러를 넘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안전자산 쏠림 현상으로 달러가 강세를 보이며 원-달러 환율이 1400원까지 상승할 것이란 우려도 커졌다. 사흘 연휴를 마치고 개장하는 금융시장이 불안감에 휩싸이지 않도록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이번 사태가 미국과 이란의 대리전 양상을 띠며 확전될 경우 유가 급등을 피할 수 없다. 특히 한국은 지난해 중동 원유 수입이 1년 새 20% 가까이 증가한 상황에서 가격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 유가가 오르면 동절기 에너지 수요 확대와 맞물려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 이미 9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3.7% 오르면서 다시 들썩이고 있는 상황에서 물가관리에 비상등이 켜졌다.

국제유가가 오르면 에너지 수입액 감소에 힘입어 4개월 연속으로 흑자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무역수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인플레이션 우려에 따른 미국 고금리 장기화와 강(强)달러 현상에 따른 고환율도 가계와 기업의 부담을 높이고, 소비와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다. 중동에 투자하고 있는 우리 기업들의 피해도 우려된다. 미약하게나마 나타나고 있는 수출 회복세를 상쇄하고 저성장의 골을 더욱 깊어지게 할 수 있어 대비가 필요하다.

일각에선 이번 사태가 유가 등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보기도 한다. 과거 이스라엘과 아랍의 충돌은 대부분 단기간에 끝났고, 1·2차 오일쇼크를 제외하면 유가도 단기 급등 이후 안정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방심하긴 이르다. 지난해 2월 시작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장기화돼 세계 경제를 짓누를지는 사태 초기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었다.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금융시장과 실물시장의 모든 리스크를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