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열리고 있는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한복판에는 눈길을 끄는 초대형 포스터가 걸려 있다. 다음 달 8일 공개되는 디즈니플러스의 드라마 ‘비질란테’ 포스터다. 영화축제의 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곳에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리즈를 알리고 있어 OTT의 높아진 위상을 실감케 했다.
올해 BIFF는 OTT 시리즈 섹션인 ‘온스크린’ 부문에 디즈니플러스의 ‘비질란테’, 티빙의 ‘운수 오진 날’ ‘LTNS’ ‘러닝메이트’, 웨이브의 ‘거래’까지 총 5개의 한국 작품을 초청했다. OTT 영화로는 넷플릭스의 ‘독전 2’와 ‘발레리나’가 ‘한국 영화의 오늘-스페셜 프리미어 부문’에 초청됐다. BIFF에 초청된 OTT 작품들은 상영 회차 티켓이 모두 매진될 만큼 관객 반응이 뜨거웠다.
이 가운데 유지태 남주혁 이준혁 주연의 ‘비질란테’는 BIFF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았다. 낮에는 모범적인 경찰대 학생이지만 밤이 되면 범죄자들을 직접 단죄하는 남자의 이야기로, 김규삼 작가의 동명 웹툰이 원작이다.
넷플릭스에서 다음 달 17일 공개되는 백종열 감독의 ‘독전 2’ 역시 기대를 모으고 있다. 2018년에 개봉해 500만 명의 관객을 모으며 흥행한 영화 ‘독전’의 후속작으로, 전작의 결말에서 30일 전에 일어난 일을 다룬다. 배우 류준열 대신 오승훈이, 고 김주혁 대신 변요한이 특별 출연했다. 배우 한효주가 마약 조직 보스 ‘이선생’의 실체를 알고 있고 뒤처리를 담당하는 ‘큰칼’ 역할로 연기 변신을 했다.
티빙에서 다음 달 24일 공개 예정인 ‘운수 오진 날’은 평범한 택시기사인 오택(이성민)이 고액을 제시하는 지방행 손님(유연석)을 태우고 가다 그가 연쇄살인마임을 깨닫게 되며 공포의 주행을 시작하게 되는 내용이다. 배우 유승호의 첫 OTT 도전작인 웨이브의 ‘거래’는 군에서 갓 전역한 청년 이준성(유승호)이 도박으로 큰 빚을 지자 금수저인 친구를 납치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총 8부작으로 이달 6일 1, 2회차가 공개됐다.
올가을 신작들을 연달아 내놓는 OTT 플랫폼들은 BIFF를 작품 홍보의 장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BIFF에서는 출연 배우, 제작진이 야외무대에서 관객들과 만나는 ‘오픈토크’ 세션이 총 12번 열렸는데 그중 절반인 6개가 OTT 작품이었다. 배우 유승호 전종서 유지태 남주혁이 무대에 등장할 때마다 객석에서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8일 열린 아시아콘텐츠어워즈&글로벌OTT어워즈(ACA&G.OTT)는 올해 처음으로 모집 콘텐츠 범위를 아시아에서 전 세계로 넓혔다. 총 18개국에서 215편의 콘텐츠가 접수됐다. 최고의 작품에 수여하는 베스트 크리에이티브상에 디즈니플러스의 ‘무빙’이 선정됐다. ‘무빙’은 베스트디지털 시각특수효과(VFX) 작품상, 작가상(강풀), 남자 주연배우상(류승룡)을 비롯해 남자 신인상(이정하)과 여자 신인상(고윤정)까지 휩쓸었다.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는 “앞으로 영화제에서 OTT 콘텐츠를 공개하는 경향성이 더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OTT 플랫폼은 콘텐츠를 홍보하고 영화제는 대중성을 확보할 수 있다. 관객 역시 OTT 작품을 큰 스크린으로 다른 사람들과 함께 보는 ‘영화적 경험’을 할 수 있어 영화와 OTT 콘텐츠의 경계는 점점 더 옅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BIFF에선 가수 겸 배우 설리(본명 최진리)의 마지막 모습이 담긴 다큐멘터리 영화 ‘진리에게’가 처음 공개됐다. 이 작품은 넷플릭스에서 공개될 예정이었던 ‘페르소나: 설리’ 프로젝트 총 5편 중 한 편으로, 설리는 촬영 중이던 2019년 10월 세상을 떠났다. 다큐멘터리 속 인터뷰가 그의 생전 마지막 인터뷰다. 영화는 3회 상영 티켓이 모두 매진됐다. 일반 개봉 여부는 정해지지 않았다.
최지선 aurink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