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與신인들 “제 2, 3 하태경 나와야”…野도 ‘다선 물갈이론’ 불출

與신인들 “제 2, 3 하태경 나와야”…野도 ‘다선 물갈이론’ 불출

Posted October. 10, 2023 08:00,   

Updated October. 10, 2023 08:00

ENGLISH

3선인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부산 해운대갑)의 내년 총선 서울 출마 선언에 정치권이 술렁이고 있다. 여당에선 원외 지도부와 초선 의원 등 정치 신인들을 중심으로 “제2, 3의 하태경이 나와야 한다”며 중진들의 수도권 출마를 압박하는 공개적인 요구와 “2020년 총선 때도 중진들의 험지 출마가 실패했다”는 반론이 동시에 나왔다. 야당에서는 강경파 초선과 친명(친이재명)계 원외를 중심으로 ‘동일 지역구 3선 출마 제한’ 등 중진 물갈이론이 분출하는 한편 “중진 물갈이가 답이 아니다”라는 중진들의 반발이 함께 나왔다.

● 與 원외 지도부 “중진, 험지 수도권으로”

하 의원의 서울 출마 선언을 두고 여당에선 원외 지도부와 초선 의원을 중심으로 ‘중진 수도권 차출론’이 확대돼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졌다. 국민의힘 김병민 최고위원은 9일 SBS라디오에서 “하 의원이 적절한 시기에 아주 적절한 판단을 내려줬다”며 “국민의힘에서 나를 한번 희생하고 당 전체를 살리자는 분위기가 꽤 불이 타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초선인 국민의힘 장동혁 원내대변인도 이날 MBC라디오에서 “어떻게든 총선에서 공천 혁신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높아지면 이런 분들이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여권 관계자는 “경쟁력 있는 중진 인사들을 중심으로 수도권 진출 선언이 이어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 내부에서도 하 의원을 시작으로 대구·경북(TK)과 부산·경남(PK) 지역 당 텃밭 중진들의 ‘수도권 차출론’이 본격화할지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공천 쇄신론에 힘이 실리고, 영남권 출마를 노리는 대통령실 인사들에게도 기회가 열린다는 계산이 깔렸다. 영남 중진 의원들이 자신의 지역구를 포기하고 수도권에 출마할 경우 자연스럽게 대통령실 출신 인사들이 빈 지역구를 채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다만 여당 현역 의원들 사이에선 확대 움직임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여당의 한 중진 의원은 “그동안 선거에서 ‘하방’은 많았지만 중진 의원이 서울로 올라오는 ‘자발적 상방’은 없었다”며 “의원 본인들도 수도권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릴레이 서울 출마 선언은 희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른 중진 의원도 “하 의원은 해운대갑에서 공천 받기 어려워 서울로 출마하려던 생각이 있었다. 당 지도부 요청과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이라고 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자신의 소통채널에서 “(하 의원의) 선당후사라기보다는 제 살길 찾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여당 일각에선 21대 총선 실패를 거론하며 ‘정교한 차출’이 필요하다는 반론도 나온다. 2020년 4월 21대 총선 당시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에선 ‘텃밭 물갈이론’이 거세게 일며 현역 의원들의 대규모 험지 이동 또는 컷오프가 있었다. 그 결과 험지로 옮긴 중진 의원들은 대부분 총선에서 졌고, 컷오프에 반발한 의원들은 무소속으로 출마해 집안싸움을 벌여야 했다. 당의 한 관계자는 “인물 경쟁력과 지역구 특성을 감안한 차출이 필요하다”며 “당 내분으로 여당에 강한 지역을 야당에 빼앗기는 우는 범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 野 강경파 초선들 “다선 물갈이 필요”

민주당에서도 ‘동일 지역구 3선 연임 초과 금지’ 등 혁신 요구가 강경파 초선 의원들과 친명계 원외 모임을 중심으로 수면에 떠오르는 모습이다. 친명계 한 초선 의원은 이날 “하 의원의 험지 출마가 텃밭에 기대 온 민주당 중진 의원들에게도 큰 영향을 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초·재선이 많은 호남 외에 인천·경기지역구 중 민주당에 유리한 지역구에 오래 계신 의원들이 꽤 있는데, 이들이 표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선출된 홍익표 원내대표가 지난해 본인의 3선 지역구(서울 중-성동갑)를 내려놓고 험지인 서울 서초을에 도전장을 냈다는 점도 이런 요구에 힘이 더 실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 강성 초선 모임인 ‘처럼회’ 소속 의원은 “원내지도부가 홍 원내대표의 사례를 들며 ‘총선 혁신을 위해 당신도 출마 의지를 내려놓으라’는 식으로 중진 의원을 압박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민주당 다선 의원을 향한 혁신의 목소리는 원외에서 더욱 강하게 나오고 있다. 원외 친명계 그룹인 ‘더민주혁신회의’는 지난달 홍 원내대표 당선 직후 “민주당 공천혁신을 위해 3선 이상 중진의 험지 출마”를 요구했다가 “내부 논의가 덜 됐다”며 철회하기도 했다. 이들은 올해 7월에도 “현역 중 적어도 50%는 물갈이돼야 하며 3선 이상 다선은 4분의 3 이상이 물갈이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물갈이 기준이 ‘실력’이 아닌 ‘선수’가 되는 것은 비합리적”이라는 반론도 적지 않다. 한 수도권 재선 의원은 “거듭 국민의 선택을 받았다는 것은 그만큼 정치인의 역량이 높다는 의미인데, 그 이유로 출마에 제한을 두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준일 ji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