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으로 전쟁이 시작된 지 사흘째인 9일(현지 시간) 이스라엘은 전방위 보복을 선언하며 하마스 본거지인 가자지구에 대한 지상군 투입을 예고했다. 이에 하마스는 이스라엘이 공격해 올 때마다 납치한 인질들을 1명씩 처형하겠다며 ‘인간 방패’ 전술을 실행할 태세여서 대규모 인명 피해가 예상된다.
9일(현지 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TV 연설에서 “하마스의 행태는 (테러단체인) 이슬람국가(IS)와 같다. 하마스는 가혹하고 끔찍한 결과에 직면할 것”이라며 “(이번 전쟁을 통해) 중동을 변화시키겠다”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전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지금은 협상할 수 없다. (가자지구에) 진입해야 한다”며 지상군 투입이 불가피함을 설명했다고 미국 매체 액시오스가 전했다. 이스라엘이 하마스 지휘부에 대한 암살 작전에 곧 착수할 것이라는 보도도 이어졌다.
9일 기준 이스라엘에선 최소 900명이 사망했고 2600명 이상이 부상을 당했다. 이스라엘 당국은 7일 기습 침투한 하마스에 납치된 인질 약 150명이 가자지구에 붙잡혀 있어 생사가 불투명하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의 집중 공습으로 가자지구에서도 687명이 숨지고 3700여 명이 부상을 당했다.
하마스는 인질 살해 협박으로 맞서고 있다. AP,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아부 우바이다 하마스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이 사전 경고 없이 우리 민간인을 공격할 때마다 붙잡고 있는 인질 중 한 명을 처형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측이 극단적인 보복전으로 치달으면서 미국 등 서방 내에서도 단일대오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빅5’ 국가 정상들은 9일 공동성명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지원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유럽연합(EU)은 팔레스타인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가 일부 회원국이 입장 차를 드러내자 몇 시간 만에 철회하는 등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유엔은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을 규탄하면서도 “이스라엘의 가자 봉쇄도 우려된다”는 양비론 속에 안전보장이사회 성명 도출에 실패했다.
카이로=김기윤 pe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