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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인질석방용 휴전없다”…하마스 “지상전 저지” 이란과 밀착

이 “인질석방용 휴전없다”…하마스 “지상전 저지” 이란과 밀착

Posted October. 24, 2023 08:26,   

Updated October. 24, 2023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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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근거지인 가자지구에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을 두고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22일(현지 시간) 가자지구 안에서 작전 중이던 이스라엘 병사 1명이 숨졌다. 7일 하마스의 공습으로 이번 전쟁이 발발한 후 양측이 가자지구 지상에서 벌인 첫 교전이라고 미국 CNN은 분석했다. 양측이 일종의 지상 국지전을 개시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등 국제사회의 지상군 투입 연기 압박에도 이스라엘은 “하마스에 붙잡힌 민간인 인질의 석방 협상을 위한 휴전은 없다”며 지상전 강행 의지를 강조했다. 이에 하마스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 또한 최대 후원자인 이란의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외교장관과 통화를 갖고 이스라엘의 공격을 막아내겠다는 뜻을 밝혔다.

● 이스라엘군, 가자지구 내 사망

CNN 등에 따르면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인 이날 “가자지구 분리장벽 서쪽에서 하마스의 공격으로 작전 중이던 병사 1명이 죽고 3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사상자들은 지상전에 대비해 탱크와 공병 차량 등으로 인근 지역을 정비하다가 하마스의 대전차 유도 미사일 공격을 받고 화를 입었다.

이처럼 지상군 투입 시 양측 군인과 민간인의 대규모 희생이 불가피하다는 우려에도 이스라엘은 연일 지상전 개시 의사를 강조했다. 이스라엘의 한 고위 당국자는 이날 CNN에 “인질 석방 협상을 위한 휴전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그는 지상군 투입을 연기하라는 미국의 압박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한다”고 선을 그었다. 인질 석방 노력과 민간인 희생 우려가 하마스를 제거하는 작전에 영향을 끼치는 것을 허용할 수 없다고도 강조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또한 하마스 등을 겨냥해 “그들은 죽임을 당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하마스를 제거하지 않으면 이스라엘이 먼저 죽는다며 “죽이느냐, 죽임을 당하느냐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하마스의 대응도 빨라졌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카타르에 머무르고 있는 하니예 지도자는 같은 날 아미르압돌라히안 장관과의 통화에서 “이스라엘의 범죄를 막을 모든 수단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 ‘지상전 딜레마’도 고조

이스라엘은 강경한 메시지를 내고 있기는 하지만 지상군 투입에 대한 고심도 상당하다. 지상전에 돌입했다가 민간인 피해가 커지면 국제 여론이 악화하고 미국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단체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이 지상전을 시작하면 우리도 참전하겠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서는 하마스, 북부 국경지대에서는 헤즈볼라와 ‘2개의 전쟁’을 치러야 할 수도 있고, 이 경우 미국의 군사적 지원이 필수적이다.

가자지구 장악까지 소요 시간에 대한 전망 또한 엇갈린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22일 “이 작전(지상전)이 석 달간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같은 날 미 ABC방송 인터뷰에서 최소 9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다른 전망을 내놨다. 오스틴 장관은 미군 등 연합군이 2016∼2017년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로부터 이라크 모술을 탈환했을 때도 9개월이 걸렸으며, 하마스는 IS와 달리 가자지구 곳곳에 촘촘히 지하터널을 만들었다며 “시가전은 극도로 어려운 일”이라고 했다. 당시 약 1만1000명의 민간인이 사망했다.

다만 하마스에 대한 이스라엘 내부 비판 여론이 상당한 상황에서 네타냐후 총리가 낮은 지지율을 만회하기 위해서라도 강경책을 고수할 것이란 전망 또한 여전하다. 이에 먼저 헤즈볼라에 대대적 공습을 가한 후 가자지구에 지상군을 투입해야 한다는 권고도 나온다. 심리트 메이어 전 이스라엘 총리 고문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이스라엘이 1년 넘게 이어질 지상전에서 얻을 수 있는 전략적 이익이 없다”며 헤즈볼라의 미사일 역량을 감소시키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카이로=김기윤특파원 pe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