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과 불의로 가득한 세상처럼 보여도 어딘가에는 믿음이 있고 선의가 있다. 지금 상영 중인 하줄리-이성민 감독의 ‘프리 철수 리’(이철수를 석방하라)는 그러한 믿음과 선의를 보여주는 기록영화다.
1973년 샌프란시스코 차이나타운에서 중국인 갱단 간부가 총에 맞아 죽은 사건이 발생했다. 스무 살인 교포 청년 이철수가 살인 혐의로 체포되어 종신형을 받았다. 한인사회는 창피하다며 그를 외면했지만, 그를 알고 지냈던 같은 나이의 일본인 3세 랑코 야마다는 그의 무죄를 확신했다. 그녀는 자신이 가진 500달러를 갖고 변호사들을 찾아다녔다. 그러나 그들의 관심은 약자의 변호가 아니었다. 그들은 착수금으로 5000달러를 요구했다. 실망한 그녀는 진로를 바꿔 스스로 변호사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사이에 그녀는 사람들을 찾아 구명 운동에 나섰다. ‘새크라멘토 유니언’에 근무하는 이경원 탐사보도 수석기자에게 이철수를 만나달라고 애원한 것도 그녀였다. 결국 그 기자는 이철수를 면회하고 6개월에 걸쳐 수천 페이지에 달하는 재판 기록을 검토하고 사실을 확인했다. 재판은 처음부터 잘못된 것이었다. 경찰, 검찰, 판사, 심지어 관선 변호인까지 이철수를 중국인이라고 생각했다. 그들은 그의 알리바이를 확인하지 않았고 그가 범인이 아니라는 제보를 무시했다. 그들이 내세운 증인들은 동양인들이 모두 똑같이 생겼다고 생각하는 백인들이었다. 한마디로 인종차별적인 엉터리 재판이었다. 그러한 기사가 미국 소설의 아버지 마크 트웨인이 한때 근무했던 ‘새크라멘토 유니언’에 실리자, 한인사회가 움직였고 다른 아시아계 이민자들이 합류했다. 최초의 아시아인 인권운동 덕에 이철수는 재심을 거쳐 10년 만에 석방되었다.
그가 석방될 당시 랑코 야마다는 변호사가 되어 있었다. 그녀의 믿음과 선의가 사람을 살렸다. 편견과 불의로 가득한 세상이 그나마 살 만한 것은 그렇게 정의에 목마른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 영화에서 그런 사람들에게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