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31일 내년도 예산안 국회 시정연설에서 “지금 우리가 처한 글로벌 경제 불안과 안보 위협은 우리에게 거국적, 초당적 협력을 요구하고 있다”며 “당면한 복합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힘을 모아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윤 대통령이 민생 현장을 강조하는 가운데 국회에선 몸을 낮추며 여야 협력을 요청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2024년 예산안 국회 시정연설에서 “우리 모두 국민과 함께 위기 극복과 새로운 도약의 역사를 만들어 가자”며 이같이 밝혔다. 이번 시정연설에서는 지난해 시정연설 때 언급했던 문재인 정부를 향한 비판은 없었다.
윤 대통령은 “정부는 물가와 민생 안정을 모든 정책의 최우선에 두고 총력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대폭 삭감으로 논란이 된 연구개발(R&D) 예산에 대해선 “향후 계속 지원 분야를 발굴해 지원 규모 늘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재정 운용 기조는 건전재정으로서 미래세대에 감당하기 어려운 빚을 넘겨주지 않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시정연설 전 5부 요인·여야 지도부와의 사전 환담 자리에서 사실상 취임 후 처음으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마주 앉았다. 이 대표가 “정책이나 예산에 있어서 좀 대대적인 전환을 해주시면 좋겠다”라고 말하자 윤 대통령은 “그렇게 하겠다”고 답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시정연설 후 여야 원내대표·국회 상임위원장단과의 오찬에서도 “취임 이후로 가장 편안하고 기쁜 날”이라며 “초당적 거국적 협력”을 강조했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시정연설에 대해 “전체적으로 저희들한텐 매우 실망스럽고 한계가 있었다”며 “윤 대통령께서 소통하는 자리를 만들고 적극적으로 국회의 의견, 야당과 상임위원장의 의견을 적극 청취했단 점에선 충분히 감사드리고 존중한다”고 말했다.
전주영 aimhig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