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물가가 3.8% 오르면서 석 달 연속으로 상승 폭을 키웠다. 사과와 쌀, 상추 등 농산물 가격이 급등한 가운데 고공 행진하는 국제유가 때문에 높아진 석유류 가격도 물가 부담을 높였다.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 등 연말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면서 정부는 전 부처가 나서는 물가 안정 대책을 내놨다.
통계청이 2일 발표한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3.8% 올랐다. 올 1월 5.2% 수준에서 7월에 2.3%까지 내려왔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8월(3.4%), 9월(3.7%)에 이어 석 달 연속 상승한 것이다.
품목별로 보면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이 가팔랐다. 사과(72.4%), 쌀(19.1%), 토마토(22.8%), 파(24.6%), 상추(40.7%) 등의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농산물 가격이 13.5% 뛰었다. 2021년 5월(14.9%) 이후 2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이에 따라 ‘장바구니 물가’를 가늠할 수 있는 지수들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 신선 채소·과실 등 날씨나 계절에 따라 가격 변동이 큰 품목으로 구성된 신선식품지수는 1년 전에 비해 12.1% 오르면서 지난해 9월(12.8%) 이후 가장 높은 상승폭을 보였다. 신선과실지수는 26.2% 뛰면서 2011년 1월(31.9%) 이후 12년 9개월 만에 가장 크게 올랐다.
정부는 농산물의 경우 수확기인 가을에 공급이 늘면서 가격이 안정되는 경우가 많지만 올해는 지난달 초 이상저온으로 출하가 늦어지면서 가격이 오른 품목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농산물은 지난달 전체 물가상승률에서 0.61%포인트가량을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됐다.
최근 다소 떨어졌지만 여전히 배럴당 80달러 위에서 머무르고 있는 국제유가도 지난달 물가에 악영향을 미쳤다. 지난달 국내 석유류 가격은 1년 전에 비해서는 1.3% 하락했지만 9월과 비교해서는 1.4%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소비자물가가 하락하는 데 기여했던 석유류 가격 안정 효과가 점차 사라지면서 소비자물가가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물가 흐름이 당초 예상보다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지만 이달에는 다시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 “이상기온과 고유가 등으로 물가가 당초 예상보다 높은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농산물과 석유류 가격이 10월 중하순부터는 내려가고 있다”며 “현재 수준이 유지되면 11월 물가 지표는 10월보다는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중동전쟁 등으로 국제유가가 급변동하는 등 물가 불확실성은 여전히 큰 상황이다. 조만간 전기요금이 인상될 수 있다는 점도 물가에는 큰 부담 요인이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난해 아주 높았던 물가상승률에 비해서는 다소 진정된 모습일 수 있지만 임금과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을 감안하면 물가 불안이 상당 기간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물가 안정을 위해 범부처 특별물가안정체계를 가동하기로 했다. 가격이 급등한 김장 재료와 관련해서는 배추와 소금 등의 공급을 확대하고 역대 최대 규모인 245억 원을 투입해 배추, 무 등 14종 김장 재료 할인에 나선다. 또 겨울철 생계비 부담 완화를 위해 기초생활수급가구 등을 위한 에너지 바우처와 가스요금 할인은 지난해 대폭 확대했던 수준을 올해도 유지할 방침이다.
김도형 do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