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년 만에 한국시리즈 정상에 도전하는 LG와 리버스 스윕(2패 뒤 3연승)으로 플레이오프를 통과한 KT가 7일부터 한국시리즈(7전 4승제)에서 맞붙는다. 정규시즌 1위로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LG는 오랜 우승의 한을 풀 기회다. KT는 통합 우승을 한 2021년 이후 2년 만에 다시 정상을 노린다.
이강철 KT 감독(57)과 염경엽 LG 감독(55)은 광주일고 2년 선후배 사이다. 염 감독이 넥센 사령탑이던 2013∼2016년 이 감독이 수석코치를 맡아 4년간 한솥밥을 먹은 인연도 있다. 고교 동문 감독끼리 한국시리즈에서 맞붙는 건 처음이다.
● LG의 창 vs KT의 방패
정규시즌에선 LG가 10승 6패로 앞섰다. 하지만 염 감독은 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미디어데이에서 “많이 이겼지만 매 경기가 까다로웠다. 한국시리즈는 정규시즌과는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시리즈의 관건은 LG의 공격이 KT의 선발 투수진을 뚫을 수 있느냐다. LG는 정규시즌 팀 타율(0.279), 팀 득점(767점), 팀 도루(166개)에서 모두 1위를 했다. 톱타자 홍창기를 시작으로 김현수 오스틴 문보경의 중심 타선, 오지환 박동원의 하위 타선까지 짜임새가 좋다. 마무리 투수 고우석 등 필승조도 탄탄하다.
다만 선발 투수진 무게에선 KT가 우위다. LG는 외국인 투수 플럿코가 부상을 극복하지 못하고 미국으로 돌아가면서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켈리 임찬규 최원태 김윤식으로 선발진을 구성했다. 벤자민 쿠에바스 고영표 배제성 등으로 이뤄진 KT 선발진은 올 정규시즌에서 10개 구단 최다인 38차례 퀄리티 스타트 플러스(7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기록했다. NC와의 플레이오프를 통해 불펜도 업그레이드됐다. 손동현 박영현 김재윤의 필승조는 NC 타선을 상대로 평균자책점 0을 기록했다.
이 감독은 “LG 타선이 워낙 강하다. 공을 잘 맞히는 타자가 많다. 우리 선발진이 가능한 한 길게 던져 줘야 한다”고 말했다. 염 감독은 “KT 선발진을 얼마나 빨리 무너뜨리느냐가 키포인트”라고 했다. 이 감독은 시리즈가 최종 7차전까지 갈 것으로 예상했다. 염 감독은 “6차전에 끝내고 싶다”고 말했다.
● 1차전 선발 LG 켈리, KT 고영표
1차전 선발 투수로 LG는 외국인 에이스 켈리, KT는 토종 에이스 고영표가 나선다. 2019년 LG 유니폼을 입은 켈리는 올 시즌 들어 중반까지 다소 부진했으나 후반기에 구위가 살아나며 10승(7패 평균자책점 3.83)을 거뒀다. 역대 가을야구 성적도 3승 1패 평균자책점 2.23으로 준수하다. 올 시즌 KT를 상대로는 4경기 1승 1패 평균자책점 3.96으로 평범했지만 최근 등판이었던 9월 27일 경기에서 7이닝 5피안타 2탈삼진 호투로 승리 투수가 됐다.
KT 고영표는 정규시즌에서 12승 7패 평균자책점 2.78의 빼어난 성적을 거뒀지만 LG를 상대로는 4경기에서 승리 없이 2패, 평균자책점 7.36으로 부진했다. 사이드암 투수인 그는 왼손 타자가 대거 포진한 LG에 약했다. 이 감독은 “깜짝 선발을 발표할까 고민했지만 로테이션에 따르기로 했다. 순리대로 가려 한다”고 말했다.
KT 선발 투수 중 LG에 가장 강한 선수는 왼손 에이스 벤자민이다. 벤자민은 올해 LG를 상대로 5경기에 등판해 4승 평균자책점 0.84를 기록했다. 5일 NC와의 플레이오프 5차전에 선발 등판한 벤자민은 한국시리즈에선 10일 3차전에 등판할 예정이다.
이헌재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