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이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 16시간 만인 22일 오후 3시를 기해 군사분계선(MDL) 인근에 대북 정찰용 무인기를 전격 투입했다.
군은 이날 동·서부 MDL 인근 복수 지역에서 군단·사단급 무인기 여러 대를 투입해 북한군의 장사정포 진지 동향 등에 대한 정찰 감시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9·19 남북 군사합의 체결 이후 5년간 이들 무인기의 MDL 접근이 원천 차단되면서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군 소식통은 “이번에 그 족쇄가 풀려 북한군 장사정포 진지 등에 대한 고강도 정밀 정찰이 5년여 만에 재개된 것”이라며 “다량의 고가치 영상정보가 획득된 걸로 안다”고 전했다. 군은 북한의 도발 징후가 고조되면 정찰 횟수와 강도를 높여갈 방침이다. 국방부는 이날 “MDL 일대 북한의 도발 징후에 대한 공중 감시와 정찰 활동을 복원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날 오전 8시 한덕수 국무총리가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9·19 합의의 비행금지구역 해제 조항의 효력을 정지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영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현지에서 효력 정지안을 전자결재로 재가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의 이른바 군사정찰위성 발사는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우리에 대한 감시정찰 능력 강화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성능 향상에 그 목적이 있으며,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실행에 옮기는 조치”라고 지적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위성 발사체의) 탄두(탑재체)만 갈아끼우면 대륙간탄도미사일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 기술진이 방북해 8월 2차 위성 발사 실패를 초래한 3단 추진체와 정찰위성 기술을 전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북한은 “(위성발사체인) 천리마-1형은 예정된 비행궤도를 따라 정상 비행해 발사 후 (군사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궤도에 정확히 진입시켰다”고 주장했다. 정부 당국은 ICBM과 기술이 같은 발사체 발사는 성공했지만 북한이 쏜 군사정찰위성인 ‘만리경-1호’는 현재까지 정상 작동이 안 되는 것으로 파악돼 궤도 안착이 안 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 소식통은 “위성체에 비정상적 상황이 포착돼 완전한 성공으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일본 언론도 위성이 궤도 진입 속도에 이르지 못했다는 일본 정부 관계자의 발언을 전했다. 하지만 북한은 이날 “빠른 기간 내에 정찰위성 여러 개를 추가 발사하겠다”고 밝혔다. 이들 위성이 정상 작동할 경우 한미 주요 군 기지와 미 전략자산 전개 상황 등이 북한의 우주감시망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군 관계자는 “위성이 실시간 수집한 대남 표적정보를 전술핵 투발 수단과 결합할 경우 핵고도화에 이은 새로운 위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Sang-Ho Yun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