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후 인천공항본부세관 국제우편통관센터. ‘딜론’이 컨베이어 벨트 위를 쉴 새 없이 오가며 우편물에 코를 들이댔다. 올해 네 살이 된 래브라도리트리버종 딜론은 경력 2년 차 마약 탐지견이다. 딜론은 우편물 한 개마다 서너 번씩 냄새를 맡았다. 딜론 옆에 선 조사요원 ‘핸들러’는 반복해서 “찾아”를 외쳤다. 지난해 딜론이 찾아낸 마약 밀반입 건수는 40건이 넘는다.
수차례 킁킁대던 딜론이 한 상자 앞에 앉아 코를 박고 움직이질 않았다. 마약으로 의심되는 물건이 있다는 신호였다. 곧바로 세관 직원들이 상자를 들어올렸다. 상자에는 딜론을 훈련시키기 위해 넣어둔 마약 냄새가 나는 물건이 들어 있었다. 훈련이었지만 핸들러는 딜론에게 링 모양의 장난감을 던져줬다. 이를 통해 마약을 찾는 일을 일종의 놀이로 만들어주는 것이다. 실제로 탐지견 훈련 과정은 탐지견들이 마약이나 폭발물의 냄새를 좋아하도록 만들어서 찾아내게 하는 방식이다.
장난감을 잠시 물고 놀던 딜론은 이내 컨베이어 벨트 위로 다시 올라가 마약 찾기를 이어갔다. 핸들러 경력 27년의 박동민 주무관은 지금까지 탐지견 5, 6마리와 함께 일했다. 그는 “핸들러와 탐지견은 일대일로 팀을 꾸려 탐지견이 은퇴할 때까지 계속 같이 활동한다”며 “탐지견이 은퇴할 때 새 주인을 찾기도 하는데 파트너였던 탐지견을 반려견으로 맞아들이는 핸들러도 있다”고 말했다.
딜론처럼 마약 단속 현장에서 활약하고 있는 관세청 탐지견은 현재 모두 39마리다. 인천과 김포, 제주 등의 공항뿐만 아니라 인천항 같은 여객항에서도 매일 마약을 찾아내고 있다. 사람과 비교해 최대 1만 배 이상 후각이 발달한 마약 탐지견은 해외에서 교묘하게 들여오는 마약을 빠르게 찾아내는 데 특화됐다. 눈으로 보기도 어려운 0.01g 수준의 마약도 탐지할 정도다. 탐지견을 통해 적발된 마약은 올 들어 10월까지 71건, 8.9kg에 달한다. 관세청 관계자는 “39마리의 탐지견이 전체 적발 건수의 10% 이상의 마약을 찾아낼 정도로 큰 역할을 하고 있다”며 “공항과 항만에서 시각적으로 경계심을 심어주는 효과도 꽤 크다”고 말했다.
올해 한국은 36년 만에 탐지견을 수입하는 나라에서 수출하는 나라가 됐다. 관세청은 올 8월 딜론과 같은 래브라도리트리버종 2마리를 태국 관세총국에 인도했다. 한국이 탐지견을 해외에 인도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은 1987년 미국에서 탐지견 6마리를 기증받아 최초의 폭발물 탐지견으로 활용하다가 마약 탐지견으로 영역을 넓혔다.
태국에 인도된 탐지견은 두 살 된 ‘조크’와 ‘제이크’다. 태국에선 열대과일 이름인 ‘두리안’과 ‘카눈’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받았다. 이들은 한국에서 자체 번식한 탐지견들로 관세청 탐지견 훈련센터에서 훈련을 받았다. 활동을 시작한 지 한 달 만에 벌써 3건의 마약 밀반입 시도를 막아냈다. 관세청은 국내로 마약을 들여오는 통로가 될 수 있는 동남아시아 등의 국가에서 탐지견 활동이 늘어나면 국내 마약 유입 차단에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인천=김형민기자 kalssam35@donga.com/do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