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가 한층 더 사람 움직임을 닮은 인공지능(AI)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옵티머스’ 2세대 영상을 12일(현지 시간) 깜짝 공개했다. 9월 공개한 옵티머스가 블록을 정리하고, 한 발로 요가를 하며 균형 감각을 뽐냈다면 이번에는 계란 삶기 과제 등을 시연하며 섬세한 움직임을 자랑했다.
이른바 ‘테슬라봇’으로 불리는 휴머노이드 옵티머스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2021년 공개한 테슬라의 AI 프로젝트 일환이다. 머스크 CEO는 신경망을 훈련해 기본적인 작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해 공장 내 단순노동을 대체하거나 가사 도우미, 인간의 동반자로 활용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테슬라는 이날 1분 43초짜리 옵티머스 2세대 영상을 공개하며 “기존보다 걷기 속도가 30% 빨라졌고, 손은 11개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으며 모든 손가락에 촉각 센서가 달려 있다”고 밝혔다. 무게도 이전 버전보다 10kg 가량 줄였다고 주장했.
2021년 로봇 개발을 알린 뒤 2022년 처음 실물을 공개했을 당시 옵티머스는 걷기조차 힘들어 보였다. 하지만 올해 3월에는 공장을 활보하는 모습을, 9월에는 요가하는 모습을 선보이며 사람의 움직임에 한층 가까워졌다.
이번에 또 다시 진화한 옵티머스는 엄지와 집게손가락을 이용해 달걀을 깨뜨리지 않고 섬세하게 집어 끓는 물에 넣었다. 미 전기차 전문 매체 일렉트렉은 “유용한 휴머노이드를 만드는 데 가장 어려운 부분 중 하나는 손이다. 상당한 무게를 지탱할 수 있을 만큼 튼튼하면서도 섬세한 물체를 다룰 수 있을 만큼 정밀해야 한다”면서 “영상에 따르면 옵티머스 2세대는 중요한 업그레이드로 평가받을 수 있는 새로운 손을 갖추고 있다”고 전했다.
옵티머스는 또 이전 세대에 비해 빠른 걸음으로 테슬라 사이버트럭 사이를 걷고, 체육관으로 가 완벽한 자세로 스쿼트를 선보였다. 스쿼트 자세에도 몸을 통제할 수 있는 관절 등을 지녔음을 보인 것이다. ‘걷기 속도가 예전보다 빨라져 편집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일자 옵티머스 수석 개발자라고 밝힌 줄리안 이바르즈는 소셜미디어 링크트인에서 “영상은 완전한 실시간 모습으로 속도를 높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머스크 CEO는 지난해 ‘투자자 데이’에서 “미래 사회에선 인간과 휴머노이드의 비율이 일 대 일을 넘어설 것이다. 그런 미래에 어떤 경제가 펼쳐질지 지금은 알 수조차 없다”고 말했다. 또 이 로봇의 가격이 향후 3∼5년 내 2만 달러(2640만 원) 이하가 될 것이라고 했다. 상용화시 연봉 3000만 원으로 휴가 없이 일하는 ‘로봇 노동자’가 탄생하는 셈이다.
김현수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