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인공지능(AI) 기업 오픈AI의 생성형 AI 챗봇 ‘챗GPT’가 국제학술지 네이처가 매년 선정하는 올해 과학계 인물에 이름을 올렸다.
네이처는 14일 올해 과학계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낸 연구자 10인을 뽑은 ‘네이처 10’을 발표했다. 예년처럼 10명의 과학자를 선정하면서 챗GPT를 추가로 리스트에 포함시켰다.
네이처 10에 사람이 아닌 기술이 선정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네이처는 챗GPT를 선정한 배경에 대해 “인간의 언어를 모방하도록 설계된 AI가 과학의 발전과 진보에서 갖는 역할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1월 오픈AI가 공개한 챗GPT는 사회 전반에 폭발적인 변화를 불러왔다. 과학자들 역시 영향을 받고 있다. 우선 논문을 쓰는 방식이 달라졌다. 연구자들은 문헌 조사, 실험 결과 요약 등에 챗GPT를 활용해 논문 작성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새로운 발견을 위한 실험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게 됐다는 의미다. 다만 챗GPT가 연구자들의 창의성을 저해해 전반적으로 논문의 질을 떨어뜨릴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챗GPT를 개발한 오픈AI의 일리야 수츠키버 수석과학자도 네이처 10에 이름을 올렸다. 수츠키버는 지난달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 해임을 주도했다가 입장을 번복하는 등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현재는 오픈AI 이사회에서 물러난 상태다.
네이처 10에 포함된 여성은 5명이다. 인류 최초로 달 남극에 착륙한 인도 ‘찬드라얀 3호’의 주역 칼파나 칼라하스티 인도우주연구기구(ISRO) 박사, 세계 첫 핵융합 기반 순 에너지 생성에 성공한 미국 로런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 국립점화시설(NIF)의 애니 크리처 박사, ‘위고비’ ‘젭바운드’ 등 열풍을 일으킨 비만 치료제의 주성분 ‘글루카곤 유사펩티드-1(GLP-1)’의 기능을 입증한 스베틀라나 모이소프 미국 록펠러대 교수 등이다.
이 밖에 수컷 생쥐 2마리 세포에서 새끼 쥐를 생산해 낸 하야시 가쓰히코 일본 오사카대 교수, 저렴하고 대량생산이 가능한 말라리아 백신 ‘R21’ 임상시험에 기여한 할리두 틴토 부르키나파소 나노로 임상연구소 책임자 등도 선정의 영광을 안았다.
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