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델라이드 라비유귀아르가 그린 ‘두 제자와 함께 있는 자화상’(1785년·사진)은 18세기 유럽 여성 미술교육에 대해 말해주는 중요한 그림이다. 여성은 미술교육을 받을 수도 화가가 될 수도 없던 시대에, 라비유귀아르는 여성 최초로 학생을 가르칠 수 있는 스튜디오를 루브르 안에 열었고, 왕립 미술아카데미 회원이 되었다. 어떻게 그게 가능했을까?
파리의 예술가 동네에서 자란 라비유귀아르는 이웃에게 그림을 배우며 화가의 꿈을 키웠다. 그러나 왕립 미술아카데미는 여학생의 입학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녀는 남녀평등을 주장하며 스스로 여성 제자들을 받아 가르쳤고 뛰어난 실력으로 귀족 후원자도 얻었다.
1783년 5월 31일, 아카데미는 투표를 통해 라비유귀아르를 회원으로 받아들였다. 마리 앙투아네트의 초상화가였던 엘리자베스 비제 르브룅도 같은 날 회원으로 선출됐다. 두 여성의 입회에 분노한 남자 회원들은 이들의 작품은 물론 인격까지 모독하고 폄훼했다. 급기야 여성할당제를 만들어 여성 회원 수를 당시 여성 수와 동일한 4명으로 제한했다.
라비유귀아르는 바로 다음 살롱전에 이 그림을 그려 선보였다. 아카데미가 더 많은 여성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항변이었다. 화가는 자신을 성공한 화가의 모습으로 묘사했다. 우아한 실크 드레스를 입고 이젤 앞에 앉아 능수능란하게 화구들을 다루고 있다. 뒤에 선 여성들은 아끼던 두 제자, 마리 가브리엘 카페와 카로 드 로즈몽이다. 로즈몽은 스승의 그림을 보고 감탄하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고, 카페는 화면 밖 관객을 응시하고 있다. 제자들은 스승보다 젊고 아름답지만 드레스 색과 스타일은 훨씬 얌전하고 겸손하다.
가장 주목할 점은 이들의 손이다. 스승은 화구에, 카페는 스승의 의자에, 로즈몽은 동료의 허리를 감싸고 있다. 세 사람은 서로 연결돼 서로에 대한 지지와 연대를 드러내고 있다. 제자들은 끝내 아카데미 회원이 되지 못했지만, 스승 덕분에 화가로 화폭에 영원히 새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