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히 슈퍼스타로 불리는 게 아니다. ‘바람의 손자’ 이정후(26·샌프란시스코)가 시범경기 첫 출전 첫 타석부터 안타를 때려내며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했다.
이정후는 28일 시범경기 안방구장인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시애틀과의 경기에 1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 1안타 1득점을 기록했다.
가벼운 옆구리 통증으로 앞선 세 차례의 시범경기에 나서지 않았던 이정후는 이날 처음으로 MLB 공식 경기에 출전했다. 0-2로 뒤진 1회말 선두 타자로 타석에 들어선 이정후는 상대 오른손 투수 조지 커비를 상대로 노볼 2스트라이크 상황에서 3구째 변화구를 공략해 우익수 앞으로 굴러가는 안타를 때려냈다. 데뷔 시즌인 2022년에 8승, 지난해 13승을 거둔 커비는 작년 올스타전에도 출전한 시애틀의 차세대 에이스다.
1루를 밟은 이정후는 활발한 주루 플레이로도 눈길을 끌었다. 이정후는 2번 타자 타이로 에스트라다의 유격수 앞 땅볼 때 2루에 빠르게 쇄도하면서 시애틀 유격수 라이언 블리스의 실책을 유도해냈다. 병살타 위기를 무사 1, 2루 기회로 바꾼 플레이였다. 이어 3번 타자 라몬테 웨이드 주니어의 적시타 때 홈을 밟았다.
2회에는 1루수 땅볼, 4회 헛스윙 삼진 아웃을 당한 이정후는 5-9로 뒤진 5회초 수비 때 타일러 피츠제럴드와 교체돼 첫 시범경기 출전을 마감했다. 이정후는 10-10으로 경기가 끝난 뒤 현지 언론 인터뷰에 나서 “개인적으로 만족한다. 커비는 잘 알려진 투수다. 2스트라이크가 됐을 때 그냥 공을 맞히자고 생각했다”며 “MLB 투수들의 패스트볼은 확실히 한국 투수들과 다르다. 하지만 더 큰 차이는 변화구 구속인 것 같다”며 새로운 환경에 빨리 적응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감독은 “가벼운 부상으로 출발이 늦었지만 첫 경기부터 안타와 득점을 기록한 게 좋아 보인다”며 “발도 빨라서 상대 수비진에 어떤 혼란을 일으킬지 아무도 모른다”고 평했다.
이정후는 이날 스윙을 할 때와 주루 플레이 도중 여러 차례 헬멧이 벗겨졌다. MLB에서 쓰는 헬멧이 아시아 선수 두상과 잘 맞지 않아 생긴 일이다. 김하성(샌디에이고)도 지난해 비슷한 일을 겪었다. 이정후는 맞춤형 헬멧을 따로 주문했고 빠르면 이틀 안에 새 헬멧을 받을 예정이다.
오타니 쇼헤이(30)도 이날 LA 다저스 소속으로는 처음으로 시범경기에 나서 홈런포를 가동했다. 시카고 화이트삭스와의 안방경기에 지명타자로 출전한 오타니는 1회말 첫 타석에서 삼진, 3회 두 번째 타석에서 병살타로 물러났다. 그러나 5회말 풀카운트 승부 끝에 좌중간 담장을 넘기면서 다저스 이적 이후 첫 홈런을 기록했다.
초청 선수 신분으로 시범경기에 참가 중인 최지만(32·뉴욕 메츠) 역시 이날 홈런으로 시범경기 첫 안타를 장식했다. 최지만은 마이애미와의 안방경기에 3번 타자 1루수로 선발 출전해 6회말 우중간 담장을 넘겼다.
이헌재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