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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백의 권주가      

Posted March. 01, 2024 07:25,   

Updated March. 01, 2024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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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선(酒仙) 이백의 수많은 권주가 중 또 하나의 색다른 권주 방식. 비웃기라도 하듯 상대의 취향을 조목조목 열거한다. 시제가 흥미롭다. 자신을 위해 특별히 주연까지 마련했는데 왜 그를 놀리는 걸까. 놀림이라기보다는 주흥을 돋우려는 우스갯소리로 이해하면 되겠다. 게다가 성 뒤에 이름자 대신 상대가 거주하는 역양(歷陽)이란 지명을 붙인 건 상대에 대한 존경의 표시이기도 하다.

백색 천지에 쏟아지는 함박눈, 음주의 분위기가 한껏 고조된 이참에 도연명을 존숭한다는 그대가 술을 마다한다? 도 선생이 술 마실 때 곁에 두고 어루만졌다는 줄 없는 거문고, 오류(五柳) 선생이란 호를 지을 정도로 버들을 좋아한 취향까지 답습하려고 이것저것 살뜰히도 챙기시는구려. 한데 도 선생에게 망건이 왜 소중했는지 아시오? 술 걸러 서둘러 마시기엔 망건이 제격이었기 때문이오. ‘또다시 통쾌하게 술 마시지 못할 바엔, 머리 위 망건은 괜히 쓴 것이지’(도연명의 ‘음주’ 제20수)라는 말이 바로 그 뜻이오. 술을 거부하는 건 그대가 건성건성 흉내만 내는 것이니 여간 실망스럽지 않소. 시인의 이런 놀림에 술 못하는 상대가 돌연 술을 들이켰을 리는 없겠지만 도연명을 흠모하는 마음만은 서로 일치한다는 사실은 확인했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