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군인 출신인 이모 씨(64)는 군인연금 수령을 미룬 채 경기 김포시에서 상가 관리인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은퇴 후 고향에 내려가 소일거리를 하면서 살고 싶었지만 적지 않은 건강보험료와 각종 생활비가 부담돼 재취업했다”며 “이마저도 계약직이라 2년마다 다른 직장을 알아보고 있다”고 토로했다.
한국에서 ‘정년 퇴직’은 이제 옛말이 됐다. 국내 고용시장에서 60세 이상 고령층 취업자와 실업자 비중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절대적인 취업자 수는 늘고 있지만 은퇴 연령이었던 고령층이 일자리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고용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청년층(19∼29세)과 허리 역할을 해온 40대 취업자 수는 줄어들고 있어 한국 경제가 급격히 노쇠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계청이 17일 발표한 ‘4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15세 이상 취업자는 2869만3000명으로 1년 전보다 26만1000명 증가했다. 올해 1, 2월 30만 명대였던 취업자 수 증가 폭은 3월 37개월 만에 가장 적은 17만3000명으로 급감했다가 20만 명대를 회복한 것이다.
취업자 수는 38개월째 늘고 있지만 60세 이상 취업자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연령별로 보면 60세 이상 취업자가 1년 전보다 29만2000명 늘면서 전 연령층에서 제일 많이 증가했다. 반면 청년층(15∼29세) 취업자가 8만9000명, 40대 취업자는 9만 명 줄어들었다.
65세 이상의 경제활동참가율은 1년 전보다 1.8% 증가했지만 20∼29세는 0.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참 일해야 하는 청년층은 줄어들고, 정년 퇴직 등으로 고용시장을 떠났던 고령층의 재취업이 늘고 있는 것이다.
실업자 또한 고령층 위주로 증가했다. 올해 4월 총 실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8만1000명 늘면서 2021년 2월 20만1000명 이후 3년 2개월 만에 최대 증가 폭을 보였다. 실업자 수는 지난해 11월 이후 6개월째 증가세를 이어 나갔다. 이 가운데 60세 이상 실업자 수는 3만9000명으로 지난해 대비 32.1%, 50대는 2만6000명으로 20.8% 증가했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고령층의 취업자 수가 늘어나고 있는 이유는 부족한 연금 때문”이라며 “기초연금 증액이 어렵다면 공공일자리를 늘려 이들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이호 number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