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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을 보지 않는 믿음은 스타를 병들게 한다

사실을 보지 않는 믿음은 스타를 병들게 한다

Posted May. 20, 2024 07:50,   

Updated May. 20, 2024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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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중은 결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모든 분들께 다짐합니다.”

이달 9일 서울 강남에서 발생한 ‘뺑소니 의혹’으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트로트 가수 김호중 씨(33)의 입장문 중 일부다. 이 입장문에는 “진심으로 뉘우치고 그 잘못에 대해 마땅히 처벌을 받겠다는 입장”, “스스로 인정하고 진심으로 사죄” 등의 내용도 쓰여 있다. 자신의 잘못에 대해 반성을 하고, 앞으로는 더 이상 물의를 일으키지 않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실은 이 입장문은 이번 뺑소니 의혹과 관련해서 낸 것이 아니다. 김 씨는 2020년 불법 도박 의혹이 불거지자 자신을 대리하던 법무법인 명의로 이 같은 입장문을 냈다. 당시 김 씨의 일부 팬들은 논란이 확산되는 상황에서도 ‘김호중 응원해’라는 문구를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올리며 굳건한 믿음를 보여줬다.

수사 결과 김 씨는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기소유예란 죄가 없다는 것이 아니라 범행의 동기나 경중 등을 감안해 검찰이 기소를 하지 않고 선처해 준다는 의미다. 기소가 돼 사법처리를 받게 됐으면 연예계 활동을 중단했어야 됐을 수도 있다. 하지만 기소유예로 응원을 보낸 팬들의 염원에 부합하는 결과가 나왔다.

당시 사건의 학습 효과 때문이었을까. 9일 사고 후 뺑소니에 이은 매니저의 ‘허위 자수’ 의혹이 처음 보도된 직후 김 씨의 팬카페엔 “차분하게 소속사의 공지를 기다리자”는 글이 올라왔다. 보도 내용을 믿지 말고, 김 씨 측 설명을 일단 봐야 한다는 취지다. 적지 않은 팬들이 이에 호응했다.

문제는 그 이후다. 핵심 의혹이었던 매니저의 허위 자수는 김 씨 측마저 인정했다. 김 씨 측은 입장문에서 “(사고) 상황을 알게 된 매니저가 ‘내가 처리하겠다’며 경찰서로 찾아가 본인이 운전했다고 자수를 했다”고 밝혔다. 물론 또 다른 핵심 의혹인 음주운전에 대해 김 씨 측은 여전히 부인하고 있다. 사고 직전 식당 및 유흥주점을 방문한 행적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음주 소견’ 등이 드러났음에도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김 씨의 팬카페엔 “흔들리지 않는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생각한다”는 댓글이 달리고 있다. 18일 경남 창원시에서 예정된 콘서트에 참석하겠다는 팬들의 글도 무수히 올라왔다. 이에 화답하듯 김 씨 측은 “콘서트를 열 계획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팬들과의 약속”이라 답하며 강행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결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며 김 씨가 4년 전 했던 약속은 정말 ‘같은 실수’인 불법 도박에만 국한되는 것일까? 이번 뺑소니 의혹은 과거 실수와 상관이 없다는 것인지 김 씨는 실제로 18, 19일 콘서트 무대에 서고야 말았다.

이 과정에서 김 씨의 인생 역정에 감동해 그를 응원했던 대중 상당수가 등을 돌리고야 말았다. 일각에서는 일방적 응원만을 보내는 일부 팬들 때문에 이번 사건에서 김 씨에 대한 비호감도가 더 커졌다고 지적한다. 그의 재기 가능성을 더 좁힌 셈이다. 김 씨의 인스타그램에 이번 사건 후 남겨진 댓글 하나를 옮긴다. “김호중 가수 응원하는 팬들, 옹호가 무조건 도와주는 게 아닙니다. 대중들은 그 뻔뻔한 응원에 더 화가 나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