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4년 만의 한중일 회의 재개…신냉전 ‘완충 외교’ 출발점 되길

4년 만의 한중일 회의 재개…신냉전 ‘완충 외교’ 출발점 되길

Posted May. 27, 2024 07:59,   

Updated May. 27, 2024 07:59

ENGLISH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가 참석하는 한중일 정상회의가 오늘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다. 2019년 12월 중국 청두에서 8차 회의가 개최된 이후 4년 5개월 만이다. 윤 대통령은 어제 오후 방한한 리 총리, 기시다 총리와 각각 용산 대통령실에서 양자 회담을 열고 한중, 한일 간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한중일 정상회의가 3국 협력체제를 완전히 복원하고 정상화하는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

사실 이번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지난 4년여의 공백을 뛰어넘는 구체적 성과가 나올 것이라는 기대는 크지 않다. 그간 동북아 정세의 급격한 변화, 즉 한국·일본과 중국 간 관계가 사실상 최저점에 있는 작금의 현실 때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시작된 한일과 중국 간 단절은 북핵 위협의 고도화, 미중 전략경쟁의 격화, 러시아의 침략전쟁 등 각종 지정학적 악재가 맞물리면서 한층 악화됐다. 그만큼 동북아 안보는 위태로워졌고 그 관계는 삭막해졌다.

따라서 이번 3국 회의는 긴 공백기 끝에 재개됐다는 것 자체에, 즉 소통의 모멘텀을 만들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 할 것이다. 반도체 등 공급망 이슈, 북-러 무기 거래와 북한 비핵화, 대만해협 긴장 같은 갈등 현안은 일단 제쳐두고, 기후변화와 재난대응 같은 장기 협력 이슈에서 공통분모를 찾으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간의 관행이긴 하다지만 중국에서 시진핑 주석이 아닌 실권 없는 리 총리가 참석하는 것도 큰 기대를 갖기 어렵게 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다만 이번 회의를 계기로 거친 신냉전 대결 기류 속에서 한중일 3국이 ‘완충 외교’에 시동을 건다는 점에선 그 의미가 크다. 이번 회의 재개는 그간 한일의 끊임없는 협력 촉구에도 미온적 태도를 보이던 중국이 태도를 바꾼 데 따른 것이다. 중국으로선 미국과의 충돌 방지를 위해 관계 개선에 나서면서 한·일을 통해 미국에서 오는 압력을 낮출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한일도 미중 패권 충돌의 유탄을 맞지 않으려면 중국과의 소통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중 관계는 현실적으로 미중 관계에 연동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그간 한국은 북핵에 맞선 한미 동맹, 한미일 안보 협력을 강화하며 일정 정도 미일에 중국 견제의 목소리를 맞출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중국과 거친 외교적 갈등을 빚었다. 하지만 ‘한미일 대 북-중-러’ 대결은 한국으로선 피해야 할 구도다. 이번 회의를 계기로 미중 사이에 낀 존재가 아니라 미중 충돌을 완화하고 역내 협력 메커니즘을 만드는 교량국가로서 한국의 외교력을 보여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