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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상병’ 이첩 당일 尹-국방장관 전화 3통… 뭐가 그리 급했나

‘채상병’ 이첩 당일 尹-국방장관 전화 3통… 뭐가 그리 급했나

Posted May. 30, 2024 07:39,   

Updated May. 30, 2024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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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 수사단이 ‘채상병 사건’ 조사 결과를 경찰에 이첩한 당일 윤석열 대통령이 이종섭 당시 국방부장관에게 3차례 전화를 한 통화기록이 그제 공개됐다. 또 이른바 ‘VIP 격노설’ 주장의 단초가 된 국가안보실 회의가 있었던 날 대통령실과 국방장관 통화 기록도 공개됐다. 항명 혐의로 기소된 박정훈 대령 측이 재판부를 통해 통신기록 조회를 해 입수한 것이다.

기록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난해 8월2일 검사 시절 쓰던 개인 휴대전화를 사용해 이 장관에게 3차례 전화를 걸었다. 점심 시간인 12시 7분, 43분, 57분에 걸었고, 길게는 13분 짧게는 1분가량 대화했다. 대통령의 여름휴가(2∼7일) 첫날인 이날은 경북경찰청에 사건 이첩(오전), 수사단장 보직해임(점심)이 빠르게 진행되던 때였다. 3차례 통화를 전후로 국무총리, 대통령 국가안보실장, 행정안전부 장관, 국무조정실장이 국방장관에게 전화한 기록도 나왔다. 권력 핵심부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건가. 8월 8일 4번째 통화가 이뤄졌고, 그 다음날 국방장관은 “해병대 조사내용을 국방부가 가져다가 다시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이 사건은 20세 젊은 해병의 안타까운 죽음이 무리한 상부 지시에 따른 것인지를 가려내고, 필요한 조치를 하면 될 일이었다. 하지만 대통령이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 하나”라며 질책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대통령실의 수사 개입 여부를 가리는 쪽으로 불똥이 튀었다. 이런 마당에 급박한 이유가 있었는지 대통령이 점심시간에 3차례나 전화를 건 사실이 확인됐다.

해병대 사령관 휴대전화에서 확인된 ‘대통령 격노설’ 통화 녹음과 더불어 이번 통화기록은 지난해 7월 31일 안보실 회의를 가리키고 있다. 회의가 끝날 무렵 대통령실 유선전화( 02-800-xxxx)로 누군가가 국방장관과 통화했다. 결국 그 회의 때 나온 대통령 발언, 이후 국방장관에게 어떤 지시가 있었는지를 가리는 일이 수사의 핵심이다. 그 국방장관을 윤 대통령이 총선 전 주호주대사로 임명해 출국시켰던 것까지 맞물려 있다.

정부건 군이건 잘못은 생길 수 있다. 하지만 감추고 왜곡하려는 순간 제2, 제3의 권력형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진상규명을 가로막을 힘은 지금 어디에도 없다. 대통령-국방장관의 4차례 통화 기록이 나온 마당에 대통령실로선 “기다려보자”며 뒤로 빠질 수만은 없다. 설명을 내놓아야 할 때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