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오른손 거포가 필요했고, 박병호(38)는 마음 놓고 뛸 곳을 원했다. 지난달 28일 삼성과 KT가 박병호와 오재일을 맞바꾼 일대일 트레이드는 삼성과 박병호 모두에게 윈윈이 됐다.
박병호는 13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LG와의 프로야구 안방경기에 4번 타자 1루수로 출전해 2회말 LG 선발 케이시 켈리의 시속 126km짜리 커브를 받아쳐 왼쪽 담장을 훌쩍 넘겼다. 시즌 8호이자 통산 388번째 홈런이었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미네소타에서 친 홈런 12개를 더해 개인 한미 프로야구 통산 400호 홈런이기도 했다.
삼성이 이날 6-3으로 승리하면서 박병호의 홈런은 결승 홈런이 됐다. 삼성은 주중 3연전 시작 전 선두를 달리던 LG를 상대로 3경기를 모두 쓸어 담으며 선두 경쟁에 나섰다.
올해 연봉 7억 원을 받는 박병호는 트레이드 전 KT에서 주전 싸움에서 밀리며 힘든 시간을 보냈다. ‘천재 타자’ 강백호가 부활했고, 문상철마저 잠재력을 터뜨리면서 제대로 출전 기회를 받지 못했다. KT에서 44경기를 뛰는 동안 기록한 홈런은 3개에 불과했다.
하지만 삼성의 푸른색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후 그는 예전 ‘해결사’의 모습을 되찾았다. 박병호는 이적 첫 경기인 지난달 29일 KT전부터 홈런포를 가동했다. 비록 팀은 패했지만 박병호로서는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는 한 방이었다.
박병호는 이후 4개의 홈런을 추가했는데 이 4경기에서 삼성은 모두 승리했다. 지난달 31일 한화전에서는 6회 역전 결승 3점포를 날렸고, 1일 한화전에서는 1회 선제 결승 3점포를 때렸다. 9일 키움전에서는 7회 쐐기 3점 홈런을 쏘아 올렸다. 삼성 이적 후 성적은 타율 0.280, 5홈런, 12타점이다.
수도권 한 구단 관계자는 “박병호가 삼성에서 벌써 연봉 값 다한 것 아니냐”고 했다. 한미 400번째 홈런을 치고 돌아온 박병호를 안아 준 박진만 삼성 감독은 “박병호, 베테랑 마무리 오승환 등과 함께 뛴다는 건 젊은 선수들에게도 좋은 기회다. 우리 팀 선수들이 많이 보고 배우며 성장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헌재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