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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밤에도 경희궁 만난다

Posted June. 24, 2024 08:06,   

Updated June. 24, 2024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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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궁을 밤에 보는 것은 한양이 열리고 처음 있는 일입니다.”

21일 늦은 오후 서울 종로구 경희궁 앞엔 시민 20여 명이 모였다. 경희궁이 대중에게 공개된 2002년 이후 처음으로 야간에 문을 여는 ‘경희궁 야행(夜行)’에 온 시민들 앞에서 역사해설가 박광일 씨가 이렇게 말했다. 조선시대 내시부 복장을 한 박 씨는 이날 시민들과 함께 약 2시간 동안 경희궁 곳곳을 돌아다니며 궁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냈다.

서울 내 5대 궁궐(경복궁 창덕궁 덕수궁 창경궁 경희궁) 중 유일하게 야간에 문을 닫았던 경희궁이 내년부턴 본격적으로 일반 시민들에게도 야간에 개장할 예정이다. 그간 다른 궁과 달리 경희궁엔 조명이 구비되지 않아 야간 개장을 못하고 있었으나, 경희궁 관리를 담당하는 서울역사박물관은 최근 관련 예산을 확보한 것이다.

21일부터 이틀간 진행된 ‘경희궁 야행’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진행할 야간 개장에 앞서 시범사업 차원에서 시행됐다. 야행에 참여할 시민 100명을 모집한다는 공고가 올라오자마자 당일에 순식간에 마감될 정도로 호응이 높았다.

실제 21일 행사에 참여한 시민들은 처음 보는 경희궁 야경에 감탄을 쏟아냈다. 특히 해가 지기 전에 시작돼 점점 어두워지면서 갈수록 은은한 분위기를 더하는 경희궁의 모습에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직장인 정원식 씨(33)는 “평소 경복궁이나 다른 궁들은 야행이 있었지만 경희궁만 없어서 아쉬웠다”며 “소식을 듣고 열리자마자 신청했는데 이렇게 역사 얘기까지 들으며 야간 경희궁을 구경할 수 있어 뜻깊다”고 말했다.

서울역사박물관은 매년 봄마다 열리는 ‘궁중문화축전’에 맞춰 내년부터 경희궁 야간 개장을 진행할 예정이다. 박물관 관계자는 “경희궁이 야간에 열리지 않다 보니 축전의 마지막이 종묘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젠 경희궁 야행도 대표 프로그램으로 자리잡도록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범사업과 달리 횟수와 참여 인원을 늘리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채완 chaewa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