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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도, 쇄신도 없이 ‘배신 프레임’만 남은 與 당권 경쟁

비전도, 쇄신도 없이 ‘배신 프레임’만 남은 與 당권 경쟁

Posted July. 02, 2024 08:07,   

Updated July. 02, 2024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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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3 전당대회를 앞둔 국민의힘의 초반 당권 경쟁이 ‘배신의 정치’ 논란으로 뜨겁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한동훈 후보가 여당 지지층에서 높은 선호도를 나타내자 나경원 원희룡 윤상현 후보는 한 후보에게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배신 프레임을 띄우며 협공에 나선 것이다. 이에 한 후보 측도 “공한증(恐韓症) 아니냐”고 적극 반박하면서 비방전은 한층 가열되고 있다. 당내에선 이러다 과거 친박(친박근혜)과 비박(비박근혜) 간 싸움처럼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온다.

불과 1주일 된 여당의 당권 레이스가 초반부터 배신자 논리로 난타전을 벌이는 것은 무엇보다 ‘어대한(어차피 대표는 한동훈)’ 기류에 대한 다른 후보들의 조바심 때문일 것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한 후보가 당 대표 적합도 1위를 기록하고 일부 조사에선 여당 지지층의 과반이 한 후보를 선호한다는 결과까지 나왔다. 이에 세 후보는 한 후보가 제3자 추천 방식의 채 상병 특검법 발의를 제안한 것을 들어 “하루아침에 배신하고…”(원 후보) “사익을 위한 배신이라면…”(나 후보) “절윤(絶尹)이 된 배신의 정치는…”(윤 후보)이라며 일제히 공세에 나섰다. 여기에 한 후보 측마저 “누가 진짜 배신자냐”라며 다른 후보의 ‘과거’를 건드리고 있다.

그런 유치한 다툼은 눈앞에 닥친 위기에도 머리만 모래 속에 처박은 타조와 같은 한심한 모습이다. 집권여당으로서 사상 최악의 총선 참패를 겪었지만 지금 국민의힘에서 변한 것은 없다. 비상대책위원장으로서, 당내 중진으로서 모두가 선거 패배의 책임이 큰 데도 반성은커녕 윤 대통령과 친윤 세력의 눈치 보기에 급급하며 남 탓 하기에 바쁘다. 그러니 국민의힘이 당장의 전당대회를 넘어 당의 재건을 위해 이뤄야 할 보수 혁신의 비전이나 건전한 당정 관계, 나아가 정권 재창출을 위한 쇄신 방안이 나올 수가 없다.

이런 낯뜨거운 선거전을 보면 당권 주자 그 누구도 여소야대의 현실, 그것도 압도적 거대 야당의 일방통행에 무기력한 소수 여당의 현주소를 까맣게 잊고 있는 듯하다. 지금 여당이 해야 할 첫 번째 책무는 먼저 민심의 저변을 읽고 대통령과 민심 사이의 간극을 메우며 길을 내는 일이다. 그런데도 하나같이 야당에 맞설 대항마로서 자신을 내세울 뿐 어떻게 대통령과 야당을 설득해 협치를 이끌어낼지에 대해선 누구도 말이 없다. 어제도 국회에선 정부와 야당이 정면 충돌하는 등 극한 대치가 계속되지만 여당은 속수무책일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