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악장 자리에 여성을 고용하지 않음을 알려드리게 돼 유감입니다. 우리 오케스트라에 이미 많은 여성 연주자가 있으나 맨 앞자리는 남성으로 채워지기를 원합니다. (중략) 오케스트라의 맨 앞자리는 남성이 앉는 것이 더 낫다고 인생은 우리에게 가르쳐 주었습니다.’
스위스 출신의 여성 바이올리니스트인 마들렌 카루초는 1982년 취리히 체임버 오케스트라 악장 오디션에 응모했다가 이런 편지를 받았다. 분노한 카루초는 같은 해 다른 오케스트라의 오디션에 지원했고, 1882년 창단된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100년 역사상 첫 여성 연주자(단원)가 됐다. 여성 단원을 허용한 베를린 필조차 같은 해 종신 지휘자 카라얀이 클라리넷 수석으로 임명한 여성 연주자(자비네 마이어)는 반대했다. 지휘자와 단원들의 갈등이 커지자, 마이어는 이듬해 스스로 베를린 필을 떠났다. 마이어는 지금 ‘클라리넷의 여제’로 불린다.
이 책은 다리를 벌려 연주하는 첼로는 정숙한 여성에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식의 성차별이 가득했던 시절, 자신의 재능을 펼치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여성 음악가들에 관한 이야기다. 클래식 전문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음악원 입학을 거부당하고, 심지어 오케스트라가 연주를 거부하는 세상에서 자기 이름을 드러내고 당당하게 활동할 수 있는 여성 음악가는 거의 없었을 것이라 말한다. 이런 까닭에 수없이 많은 재능있는 여성 음악가들의 이름이 역사 속에서 지워졌는데, 저자는 한 연구 결과를 인용해 심지어 ‘신의 목소리’로 표현되는 저 유명한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도 바흐의 두 번째 부인인 안나 마그달레나 바흐가 작곡했을 거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남성의 활약을 축소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인정받을 가치가 있는 이야기들을 정당하게 평가하기 위해 썼다고 말한다. 도발적인 책의 제목은 모차르트가 여성이었다는 뜻이 아니다. 성만 들어도 천재적인 백인 남성을 떠올리는 클래식 세계 뒤에 동생처럼 뛰어난 음악가였지만 여성이라는 이유로 무대서 사라진 누나(마리아 안나 모차르트) 같은 이가 많았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비유한 것이다.
이진구 sys12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