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로 입양되고 나서 TV로 서울 올림픽을 봤어요. ‘운동을 잘하면 한국으로 돌아갈 수 있겠구나’란 생각이 들어 운동을 정말 열심히 했죠.”
7세에 프랑스로 입양돼 스타 셰프로 성장한 피에르 상 부아예 씨(44)는 11일(현지 시간) 파리 자신의 식당에서 파리 올림픽 개회식이 열리는 26일 성화 봉송 주자로 선정된 소감을 들려줬다. 입양 뒤 낯설었던 프랑스에서 서울 올림픽을 보며 위안을 받았던 그는 “그때부터 축구와 테니스, 탁구, 유도 가릴 것 없이 정말 열심히 운동을 했다”고 했다.
부아예 씨는 한국에서 태어나 일곱 살 때 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 프랑스 남부 산촌 프퓌엉블레로 입양됐다. 당시 서류에 적힌 한국 이름은 ‘김상만’. 프랑스 양부모님은 그를 위해 프랑스 이름 중간에 ‘상만’을 넣어주려 했지만, 서류를 작성한 공무원의 실수로 ‘상’만 들어갔다. 그는 현재 파리와 인근에서 식당 11곳을 운영하고 있는 스타 셰프다. 2015년 한-프랑스 수교 130주년 당시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과 방한했으며, 2022년 한국에서 ‘루이뷔통’ 팝업 레스토랑을 총괄하기도 했다.
부아예 씨는 성화를 들게 된 소감에 대해 “뛰면서 감정이 북받쳐 행사를 망칠까 봐 걱정”이라며 “달리면서 과거 힘들었던 일들이 쭉 떠오를 것 같고, 그간 달려온 삶을 인정받는 듯해 눈물이 날 것 같다”고 털어놨다.
당시만 해도 프랑스에서 한국 입양아로서 달려온 삶은 순탄치 않았다. 그는 “입양 초기 남들과 다르다는 사실 때문에 고민이 많았지만 결국 시간이 흐르며 고민과 스트레스를 아드레날린으로 바꿀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이런 과정을 올림픽의 ‘마라톤’에 빗대며 “인생을 달려온 과정엔 ‘훌륭한 선수 뒤의 코치와 가족’처럼 감사한 사람들이 있었다”며 “바쁜 세상이지만 실패와 어려움 속에서 도움을 준 사람들과 극복한 경험을 잊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부아예 씨는 낯선 땅에서 성장해 성화 봉송 주자까지 된 자신이 누군가에게 희망이 되길 바란다. 그는 “내가 ‘길의 아이’였음을 잊지 않으려 한다”며 “사람들이 날 보며 희망을 가졌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부아예 씨에게 ‘서울 올림픽’과 ‘스포츠’가 프랑스에서 한국을 기억할 수 있는 매개가 됐듯, ‘요리’는 그와 한국을 끈끈히 이어주는 끈이 되고 있다. 7세 때까지 맛보던 한국의 맛을 요리사가 되어 프랑스 음식에 접목해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요리로 프랑스와 한국의 가교(架橋) 역할을 하고 싶다”며 “한국은 제 영감의 원천이자 뿌리”라고 했다.
조은아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