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및 디올백 수수 의혹과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인 김건희 여사를 20일 검찰청사가 아닌 제3의 장소에서 대면 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이원석 검찰총장은 조사 일정, 장소 등을 모르고 있다가 김 여사 조사가 끝날 즈음에야 수사팀에 뒤늦게 보고 받았다. 수사를 담당하는 서울중앙지검과 대검 사이에 불화설이 점화되면서 ‘총장 패싱’ 논란도 예상된다.
21일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최재훈)와 형사1부(부장검사 김승호)는 “20일 중앙지검 관할 내 정부 보안청사에서 김 여사를 대면 조사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20일 오후 1시 반부터 자정을 넘겨 21일 오전 1시 20분까지 11시간 50분에 걸쳐 김 여사를 조사했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검찰이 김 여사를 조사한 곳은 서울 종로구의 한 정부 시설로 확인됐다. 검찰은 과거 사용되던 정부 보안시설 중 한 곳을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청사가 아니라 제3의 장소에서 조사한 이유에 대해 중앙지검 관계자는 “김 여사 측과 협의한 결과 경호 및 안전상의 이유로 결정됐다”고 말했다. 김 여사 조사 시기와 장소는 조사 전날(19일) 밤 늦게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오전 중앙지검이 김 여사 대면 조사 사실을 공개한 직후, 대검 관계자는 언론에 “검찰총장 및 대검 간부 누구도 (이를) 보고받지 못했다. 조사가 끝나가는 시점에 중앙지검으로부터 사후 보고를 받았다”며 불쾌감을 나타냈다. 이를 놓고 수사팀이 검찰총장을 ‘패싱’했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반면, 이 총장은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에 대해서는 수사지휘권이 배제된 상태라 수사팀이 이를 감안해 보고 시점을 늦췄다는 시각도 있다.
검찰은 이번 대면 조사 결과를 토대로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혐의와 디올백 수수 의혹에 대한 처분 방향을 검토할 방침이다. 이미 주요 관계자들에 대한 조사가 상당 부분 이뤄졌기 때문에 김 여사에 대한 처분이 조만간 결정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김 여사 측 법률대리인인 최지우 변호사는 “김 여사는 성실히 조사에 임해 사실 그대로 진술했다”고 밝혔다.
‘제3의 장소’ 조사를 둘러싼 특혜 논란도 예상된다. 이날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적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한 ‘김건희 특검’의 고삐를 놓지 않겠다”고 날을 세웠다.
현직 대통령의 부인이 검찰의 대면 조사를 받은 것은 김 여사가 처음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부인 이순자 여사는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는 2009년 각각 추징금 관련 의혹과 박연차 게이트 관련 의혹으로 검찰 대면 조사를 받았지만 모두 대통령 퇴임 이후였다.
박종민 bli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