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와 동분서주하다가 무심하게 굶어 죽거나 아니면 얼어 죽느니, 차라리 본국에 가서 크게 바라지 않고 몸값이나 하고 죽을까 합니다.”
1925년 8월 25일 나석주 의사(1892∼1926)가 의열단 동지 이승춘(본명 이화익·1900∼1978)에게 보낸 편지 중 일부다. 중국에서 오랫동안 독립운동을 벌이며 고초를 겪던 그가 고국에 돌아와 의거를 벌이겠다는 다짐을 밝힌 것이다. 실제로 나 의사는 이듬해 12월 28일 일제 식민경제의 앞잡이였던 경성(현 서울)의 조선식산은행과 동양척식주식회사에 폭탄을 던진 뒤 자결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제79주년 광복절을 맞아 26일 개막한 ‘독립을 향한 꺼지지 않는 불꽃, 나석주’ 전시에서 이 편지를 공개했다. 전시에선 나 의사가 백범 김구(1876∼1949)에게 쓴 편지 2점, 이승춘에게 쓴 편지 4점, 황해관(본명 황익수·1887∼?)에게 쓴 편지 1점 등 7점을 선보인다. 이 편지들이 일반에 공개되는 것은 처음이다.
나 의사는 1925년 7월 28일 백범에게 보낸 편지에서 “소지품(폭탄)은 준비되었는데, 비용 몇백 원만 아직 완전히 수중에 들어오지 못했습니다”라고 썼다. 폭탄 의거 계획을 공유하며 그는 “(폭파를) 확실하게 실행할 계획이니 제가 목적을 이룰 때까지 사랑해 주시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 밖에도 편지에는 폭탄과 권총을 구했다는 보고, 귀국 배편을 구하기 위해 애쓰는 과정, 귀국 자금 부족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전시는 10월 9일까지.
사지원 기자 4g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