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즈넉한 폐사지(廢寺址)의 전형인 전북 익산 미륵사지에서 화려한 빛의 향연이 펼쳐진다. 현존하는 두 석탑 외에도 이 둘 사이에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목탑까지 백제시대의 3탑 가람 배치가 미디어아트로 화려하게 재현된다. 특히 9층 중 6층까지만 복원된 서쪽 석탑에 깃드는 형형색색의 빛은 돌이 하나씩 쌓이는 모습을 연출하며 보는 이들을 백제시대로 소환한다.
이 장면은 9월 6일부터 10월 6일까지 익산 미륵사지에서 펼쳐질 ‘미륵사, 천년의 빛: 미륵사지, 1400년의 비밀을 탐험하다’ 미디어아트의 일부. 국가유산청(청장 최응천)과 국가유산진흥원(원장 최영창)은 8∼10월 익산 미륵사지를 비롯한 전국 7곳에서 ‘2024 국가유산 미디어아트’를 개최한다. 2021년부터 시작돼 주요 문화유산에 담긴 스토리텔링을 정보통신기술(ICT)로 풀어낸 공연이다.
지난해 총 118만 명의 관람객을 동원한 ‘국가유산 미디어아트’는 올해 경남 진주시 진주성과 전남 고흥군 분청사기요지가 새로 추가돼 총 7곳에서 공연이 펼쳐진다.
다음 달 2∼25일 열리는 진주성 미디어아트는 ‘온새미로, 진주성도’를 주제로 촉석문 미디어 파사드를 비롯한 13개 프로그램이 관람객을 맞는다. 이 기간 진주 문화유산 야행도 함께 진행돼 여름밤에 운치를 더한다. 9월 6∼29일엔 부여 관북리유적 및 부소산성에서 ‘사비연희’를 주제로 백제 문화 부흥을 이룬 사비백제를 미디어아트로 재해석한다.
9월 13일∼10월 10일에는 공주 공산성 일대에서 ‘무령의 나라, 찬란한 희망의 빛’을 주제로 백제의 중흥을 꿈꾼 무령왕의 일대기를 미디어아트로 그려낸다. 금서루 외벽에 펼쳐질 미디어 파사드는 금강이 내려다보이는 절경과 맞물려 신비로운 분위기를 선사한다. 9월 13일∼10월 6일 고흥 분청사기요지 일대에선 ‘화화(火花) 1250, 고흥에서 피어난 열정의 꽃 분청’을 주제로 분청사기의 아름다움을 미디어아트로 표현한다.
9월 28일∼10월 20일 수원 화성에선 ‘만천명월(萬川明月): 정조의 꿈, 빛이 되다’를 주제로 정조가 일군 화성의 화서문을 중심으로 미디어아트와 퍼포먼스가 융합된 공연이 펼쳐진다. 10월 5∼27일 강릉대도호부관아에서 열리는 ‘강릉을 그리다’ 미디어아트는 강릉을 대표하는 율곡 이이와 교산 허균을 조명한다.
전국 7곳의 미디어아트를 미리 보고 싶다면 26일 개막해 다음 달 4일까지 부산 해운대플랫폼(옛 해운대역사)에서 열리는 ‘Meta Heritage’ 기획전시를 둘러보면 된다.
김상운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