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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 등록금 동결에 빗물 새고 인재 떠나는 대학 강의실

16년 등록금 동결에 빗물 새고 인재 떠나는 대학 강의실

Posted August. 09, 2024 07:40,   

Updated August. 09, 2024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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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째 등록금 동결로 재정난이 심각한 대학들이 교수를 구하지 못해 학사 운영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이차 전지를 가르칠 전임 교수를 초빙하려던 한 대학은 턱없이 낮은 연봉에 단 한 명의 지원자도 없자 재공고를 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같은 이공계 인재는 기업이나 해외 대학이 높은 연봉을 제시하며 앞다퉈 데려간다. 비단 이공계가 아니더라도 해외 대학과의 연봉 격차가 5, 6배나 벌어진 탓에 국내 대학은 만성적인 교수 구인난에 시달린다. 세계 대학이 고급 두뇌 유치를 위한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동안 국내 대학은 ‘인재 공동화’ 위기에 처했다.

올해 학생 1인당 평균 등록금은 682만7300원으로 영어유치원, 반려견 유치원보다 싸다고 한다. 2009년부터 ‘반값 등록금’ 시행 이후 대학 등록금은 제자리걸음이지만 소비자 물가는 33%나 올랐다. 대학이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실험실습비, 도서구입비, 교수연구비 등이 반토막이 났다. 학생들은 양동이로 빗물을 받는 강의실에서 강의를 듣고, 고등학교보다 못한 실습실에서 연구한다. 오죽하면 학생들이 등록금을 올려 화장실을 고쳐 달라고 요구한다. 해외 주요 학회지 구독을 끊은 대학도 부지기수다. 이젠 가르칠 교수조차 구할 수 없다니 대학 교육의 경쟁력이 하락한 정도가 아니라 아예 제 기능을 잃어가고 있다.

올해 등록금 법정 인상률 한도는 5.64%이다. 원래 등록금은 소비자 물가 상승률의 1.5배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올릴 수 있지만 어느 대학도 엄두를 내지 못한다. 등록금을 인상하면 국가장학금 지원이 제한되고, 각종 재정지원 사업에 불이익을 받기 때문이다. 규제로 꽁꽁 묶인 채 생존을 압박받는 대학은 정부에 의존적일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취임 이후 교육부는 요란스럽게 고등교육정책실을 폐지하며 대학을 옥죄었던 규제를 풀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재정 지원을 무기 삼아 법에 정해진 범위 내 등록금 인상까지 막는 행태는 바뀐 것이 없다. 국회입법조사처는 국가장학금 지원에 등록금 인상률을 반영한 것은 법적 근거가 없다고 그 위법성을 지적하고 이를 폐지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대학 교육의 목표가 언제까지 가계 부담 완화라는 정치적 명분을 덧댄 ‘반값 등록금’이어야 하나. 더 늦기 전에 위법적인 규제를 폐지해 등록금을 현실화하고, 대학이 스스로 경쟁력을 키워 미래 인재 양성에 힘을 쏟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