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인공지능(AI) 기업들이 일본 AI 시장 도전을 본격화하고 있다. 일본 AI 관련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다. 늘어나는 수요에 비해 정보기술(IT) 인력과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과 일본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맞물리면서 국내 기업들이 성공적으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의 땅’으로 부상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11일 IT 업계에 따르면 LG CNS는 최근 일본에서 300여 개 직영 어학원을 운영하는 교육업체 이온과 업무협약(MOU)을 맺고 일본 공교육 시장 공략에 나섰다. 이번 양사 협약은 LG CNS의 기술력을 눈여겨본 이온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일본은 2019년부터 정부 정책 일환으로 초중학교 학생들에게 1인당 1대의 노트북과 아이패드 등을 지급한 결과 단말기 보급률이 99%를 기록했다. 하지만 막상 이용 가능한 AI 기반 콘텐츠는 부족한 상황이다. LG CNS는 이온과 함께 공교육용 영어회화 애플리케이션(앱)인 ‘AI 튜터’를 개발하고 온라인 학습 운영 플랫폼을 고도화해 일본 에듀테크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방침이다.
국내 기업들이 일본으로 향하는 것은 일본이 성장 잠재력이 높은 시장이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는 일본 AI 시장은 2024년 81억2000만 달러(약 11조554억 원)에서 2030년 365억2000만 달러(약 49조7220억 원)로 연평균 28.48%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스타트업 진출도 활발하다. 생성형 AI 서비스 플랫폼 기업 뤼튼테크놀로지스는 일본 현지의 사용자 데이터를 빠르게 모아 인프라를 고도화하고 맞춤형 생성 AI 앱과 웹 서비스로 일본에서 주목받고 있다. 서비스 출시 후 월간활성이용자수(MAU) 30만 명을 넘었고 연내 100만 명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원티드랩은 5월 일본 현지 파트너사인 IT 인재 커리어 매칭 업체 라프라스에 AI 기술과 채용당 과금 비즈니스 모델을 이식하고 서비스를 시작했다. 채용 수수료가 5∼7% 수준인 한국과 달리 일본은 구직자 연봉의 30∼50% 수준이다. 원티드랩은 AI 기술을 활용해 채용 수수료를 낮추고 맞춤형 인재를 제안하는 식으로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9월 일본 자회사를 설립한 AI 법률 솔루션 스타트업 BHSN은 다양한 언어로 된 법률, 정책, 행정 문서를 처리할 수 있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일본 로펌과 회계법인, 컨설팅 회사와의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법령·가이드라인 등 법적 자료에 대해 일본어로 질문하고 답을 얻을 수 있는 ‘AI 에이전트(비서)’ 출시를 준비 중이다.
일본 정부가 AI 스타트업 유치에 적극적인 것도 국내 기업에는 호재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올해 AI 분야 직접 지원에 예산 1180억 엔(약 1조965억 원)을 투입했다. AI를 활용한 소프트웨어 개발 기업에 대해서도 지식재산권(IP) 사업화에 따른 저작권 수익을 인정해 2032년 3월까지 최대 30%의 법인세를 공제하기로 했다. 최근 설립된 스타트업 전략 담당국에서는 외국인 대표의 일본 법인 설립 규제 완화 등 해외 스타트업의 일본 진출을 지원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생성형 AI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지만 자체적인 인력 확보 및 AI 서비스 개발에 한계가 있어 비교적 탄탄한 기술력을 보유한 국내 기업들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남혜정 namduck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