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일본 마음” 김태효 발언 한 목소리로 비판한 여야 대표

“일본 마음” 김태효 발언 한 목소리로 비판한 여야 대표

Posted August. 21, 2024 07:47,   

Updated August. 21, 2024 07:47

ENGLISH

일본의 과거사 인식과 관련해 “중요한 건 일본의 마음”이라고 한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의 발언 여파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대통령실에서 배려해야 할 것은 대한민국 국민의 마음”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한동훈 대표는 “일본의 입장이 훨씬 중요하다는 취지는 아니었을 것”이라면서도 “중요한 건 대한민국 국민의 마음”이라고 했다.

논란의 발언은 윤석열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일본의 과거사 인식에 대해 한 마디도 하지 않은 데 대한 지적에서 비롯됐다. 김 차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마음이 없는 사람을 다그쳐서 억지로 사과를 받아낼 때 그것이 과연 진정한가”라고 답변했다. ‘어차피 일본에 진정한 사과를 받지 못한다면 사과를 요구할 필요도 없다’는 뜻으로 이해됐다. 파문이 커지자 대통령실은 “일본의 마음을 우리가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대통령실 관계자가 또 “일본이 수십 차례 사과해 피로감이 많이 쌓였다”며 일본의 시각에서 역사 문제를 바라보는 듯한 발언을 추가로 내놓는 등 논란을 확산시키고 있다.

과거에 대한 망각을 통해 미래로 나아갈 순 없다. 일본은 사과 뒤 돌아서서 총리와 정권의 핵심 인사들이 일본군 위안부와 강제징용, 독도 영유권 문제를 왜곡하는 망언을 되풀이해왔다. 아베 정권 당시엔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담화를 수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였고, 검정 교과서에선 관련 내용이 삭제됐다. 일본에 사과와 반성 요구를 계속할 수밖에 없는 것도 그래서다.

이런 발언들을 접한 국민들은 정부가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일제가 식민지배를 통해 저지른 만행을 묻어둘 수 있다는 인식을 가진 것이 아닌지 우려할 수밖에 없다. 이런 발언이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로 나아가려는 정부의 행보에 지지 기반을 넓히기는커녕 오히려 발목만 잡는다는 걸 왜 모르나. 일본에 대한 사과 요구는 단순한 ‘한풀이’를 위해서가 아니다. 전쟁을 할 수 있는 ‘보통 국가’를 지향하는 일본이 잘못된 길로 접어들지 않도록 이정표를 확보하고자 함이다. ‘중요한 건 일본의 마음’이라는 말은 우리 국민이 아니라 일본을 향해 진정한 사과를 촉구하며 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