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규(59·사진)가 내한 공연 도중 앙코르곡을 부른 상대 배우와 지휘자에게 불만을 제기하며 공연을 지연시키는 이례적인 해프닝이 발생했다. 일부 관객들은 환불을 요구하고 나섰다. <br><br> 9일 공연계 등에 따르면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전날 공연된 푸치니 오페라 ‘토스카’ 주역을 맡은 소프라노 게오르규는 상대역 카바라도시 역 테너 김재형이 노래하는 동안 갑자기 무대에 나타나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시했다. 김재형이 3막 아리아 ‘별은 빛나건만’을 부른 뒤 계속되는 갈채 속에서 같은 곡을 다시 한 번 부르자, 이 아리아 뒤에 등장해야 할 게오르규가 갑자기 무대에 나와 손을 흔들고 시계를 가리키며 항의하기 시작한 것. <br><br> 김재형의 노래가 끝나자 또렷이 객석에 들리는 목소리로 지휘자 지중배에게 “이건 공연이지 리사이틀이 아니다” “나를 존중해 달라”고 항의했다. <br><br> 문제는 오페라가 막을 내린 뒤의 커튼콜로도 이어졌다. 게오르규는 자신이 등장할 순서가 되어서도 모습을 보이지 않다가 무대 가장자리 부분에 잠깐 나타난 뒤 손을 저으며 돌아 나가버렸다. 공연 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감상을 망쳤다”는 불만이 잇따랐다.<br><br> 오페라 공연에서 앙코르 요청을 받아 아리아를 다시 부르는 일은 드물지만 종종 일어난다. 2010년 제노바 카를로 펠리체 극장에서 열린 ‘토스카’ 공연에서는 토스카 역의 다니엘라 데시가 2막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에서, 카바라도시 역 테너 파비오 아르밀리아토가 3막 ‘별은 빛나건만’에서 나란히 앙코르를 받아 같은 노래를 각각 두 번씩 불렀다.<br><br> 게오르규는 2016년에도 비슷한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빈 국립오페라에서 열린 ‘토스카’ 공연에서 카바라도시 역 테너 요나스 카우프만이 앙코르를 요청받아 ‘별은 빛나건만’을 다시 부르자 무대에 나오지 않고 분장실로 돌아갔다.<br><br> 세종문화회관은 9일 발표한 사과문에서 “게오르규 측에 항의 표시와 함께 한국 관객에 대한 사과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게오르규 측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br><br> 음악평론가 장일범은 “게오르규는 자신의 노래가 만족스럽지 않던 터에 김재형의 노래가 갈채를 받자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것 같다”며 “공연 내용은 모두 소화했으므로 일부 관객의 환불 요구는 무리”라고 말했다.<br><br>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