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건스탠리 리포트 전 대량 매도, 철저히 의혹 따져봐야

지난주 외국계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가 내놓은 부정적 보고서의 충격으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반도체 주가가 곤두박질치는 일이 벌어졌다. 그 영향으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0.5%포인트나 내린 대형 호재에도 한국 주식시장은 긍정적 효과를 보지 못했다. 모건스탠리 측이 보고서 발표 이틀 전 SK하이닉스 대량 매도주문을 낸 것을 놓고 ‘선행매매’ 논란까지 일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15일 ‘겨울이 닥친다’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기존 26만 원에서 그 절반에 못 미치는 12만 원으로, 삼성전자는 10만5000원에서 7만6000원으로 급격히 낮췄다. 범용 D램의 수요부진, 고대역폭메모리(HBM)의 공급과잉 가능성을 이유로 불과 3개월 전 내놨던 전망을 180도 뒤집은 것이다. 보고서의 영향으로 추석연휴 후 첫 개장일에 SK하이닉스는 6.14%, 삼성전자는 2.02% 급락해 시가총액은 15조 원 이상 증발했다.

최근 D램 반도체 가격 상승세가 꺾인 건 사실이다. 하지만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칩셋 등에 들어가는 한국산 고부가가치 HBM은 이미 내년 생산예정 물량까지 모두 팔린 상태다. 보고서의 비관론이 과장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모건스탠리는 예전에도 한국 반도체 기업 전망을 급격히 낮춘 적이 있는데, 2017년의 부정적 전망은 그 해와 이듬해 삼성전자가 역대 최대 실적을 내면서 완전히 틀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는 모건스탠리 서울지점이 13일 SK하이닉스 주식 101만1719주의 매도주문을 체결한 것을 상세히 들여다보고 있다. 자본시장법은 증권사 등이 특정 금융상품 조사분석 자료를 발표할 경우 내용을 확정한 때부터 공표 후 24기간이 지나기 전까지 해당 상품을 자기 계정으로 매매하는 걸 금지한다. 보고서 발표 전 미리 체결한 매도계약에 모건스탠리 자금이 일부라도 포함됐다면 선행매매로 위법이 된다.

미중의 경기부진 우려와 모건스탠리 보고서 영향 등이 겹쳐 지난 한 달 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시총이 117조 원 줄었다. 한국 증시 외국인 투자자 비중은 33%로 7개월 만에 최저다. 정작 경기위축을 우려해 금리를 낮춘 미국 증시는 상승세다. 근거가 희박한 비관론이 멋대로 흔들게 방치해선 한국 증시의 밸류업(기업가치 제고)은 실현하기 어렵다. 주식시장을 교란하는 불건전한 행위는 끝까지 찾아내 처벌해야 한다.